[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2년 만에 직접 전시 형태로 5일(현지시간) 문을 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는 말 그대로 '한국 기업들을 위한 잔치'였다. 이번 전시에는 2천200여 개 기업들이 참가했지만, 관람객들의 인기를 끈 곳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롯데정보통신 등 주로 한국 기업들이었다.
전시 장소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입구는 전시장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이들은 6천800명이었다. 문이 열리자 관람객들은 대부분 삼성전자가 있는 부스로 우르르 몰려들어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 비스포크 가전, 갤럭시S21 FE, 로봇, 전장 등을 구경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번 행사에서 처음 선보인 '삼성 봇 아이'가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며 비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시연하는 장소에선 많은 이들이 감탄을 쏟아 내기도 했다.
SK그룹이 마련한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선 모습이 연출됐다. SK텔레콤과 SK(주),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E&S, SK에코플랜트 등 6개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이곳은 탄소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SK의 다양한 행보와 기술들이 곳곳에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또 '그린 포레스트'라는 테마에 맞게 부스 내부는 SK가 오랜 시간 조림 사업을 해온 충북 인등산을 모티브로 한 숲속 길이 조성돼 있었다.
SK그룹 관계자는 "전시 주제인 '동행' 취지를 살려 관람객들이 탄소 감축에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들의 참여로 쌓인 그린포인트를 1천 포인트당 1달러씩 적립해 베트남의 맹그로브 숲을 살리는 캠페인에 이 돈을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타버스'를 앞세운 롯데정보통신 부스에도 가상현실(VR)을 체험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에선 VR 기기를 쓰면 걸그룹의 콘서트장에서 다른 팬들과 함께 야광봉을 흔들거나, 집 거실에 앉아 냉장고와 의류를 각각 롯데하이마트와 롯데면세점에서 쇼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이날 하루 동안 VR을 체험한 이들은 700여 명이었다.
뉴욕에서 온 한 관람객은 "VR 기기를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실제 공연장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어 흥분됐다"며 "마치 게임을 하듯 아바타에게 다양한 의류를 입혀 본 후 결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매년 삼성전자와 기술·전시 경쟁을 펼쳤던 LG전자 부스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올해 전용 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부스를 차렸기 때문이다. 이에 LG전자의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고자 했던 관람객들은 전용 앱을 현장에서 다운 받기가 힘들자 금세 포기하고 다른 부스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반면 LG전자 부스 인근에 마련된 바디프렌드 부스는 다양한 안마의자를 체험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선 체성분 측정과 LED 손지압 기능을 적용한 안마의자 '다빈치'가 처음 공개됐을 뿐 아니라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한 여러 가지 웰니스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인도에서 온 한 관람객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쌓인 피로가 안마의자 체험을 통해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며 "안마의자에서 체성분까지 측정된다는 것도 놀라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CES에선 일부 해외 기업들도 주목 받았다. 특히 일본 가전업체인 소니는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S1'과 '비전-S2'를 부스 한 켠에 전시해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현장에서 '비전-S2'를 소개한 소니 관계자는 "테슬라 '모델Y'와 비슷하다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은 삼성전자, LG전자가 선보인 제품들을 그대로 카피한 제품들을 대표 제품으로 내세운 탓에 눈길을 끌었다. 특히 TCL은 이번에 삼성전자의 '갤럭시Z플립3'와 유사한 '클램셸(조개껍데기)' 모양의 폴더블폰 '시카고'를 처음 선보여 관람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또 TV 전문가인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TCL 부스에서 "기술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진척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좋은 평가를 내놨지만, 마이크로 LED 제품인 '시네마 월' 등에서 패널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모습이 연출돼 옥의 티로 남았다.
일본 가전기업인 파나소닉은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직전 참가를 취소한 탓에 빈 부스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다만 파나소닉은 수소연료전지와 같은 수소에너지와 공기·물 열펌프, 전기차용 배터리 등 친환경 솔루션을 버츄얼(가상) 사이트에 올려놔 관람객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파나소닉 외에도 단골손님인 글로벌 기업들이 코로나19 여파를 이유로 오프라인 행사 불참을 선언하면서 열기는 이전보다 반감된 듯 했다. 전시장 곳곳은 공간이 텅 비어 있었고 관람객 수도 예년만 못했다.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이날 'CES 2022' 현장을 둘러본 후 "예년 대비 40% 정도의 인원 밖에 안되는 것 같다"며 "이렇게 사람이 적은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또 박 부회장은 "그래도 한국 기업들이 많이 온 만큼 많이 격려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CES 2022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사명감을 갖고 대한민국 ICT의 경쟁력과 생태계를 더욱 키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장유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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