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기 위해서는 일부 독점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시간) 반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고 29일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의 잠정 결론으로 최종 결론은 내년 1월말께 전원회의를 거쳐 나올 예정이다.
심사보고서는 자료수집, 경제분석,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 국토교통부 협의 등을 거쳐 작성됐으며, 결국 '조건부 승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총 119개 관련 시장(노선)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탓이다. 구체적으로 항공여객 87개, 항공화물 26개, 기타시장(항공기정비업 등) 6개 등이다.
공정위는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이유로 ▲시장점유율(안전지대·경쟁제한성 추정) ▲경쟁사의 존재·역량 ▲경제분석결과 ▲초과공급 ▲신규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화물은 여객에 비해 신규진입이나 증편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서비스가 동질적이므로 경쟁제한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면 우리나라 공항의 슬롯 중 일정 기준의 슬롯을 반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독과점이 발생하는 일부 노선에 대해선 운수권도 반납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인천발 LA·뉴욕·시애틀·바르셀로나·장자제·프놈펜·팔라우·시드니 노선, 부산발 나고야·칭다오 등 10개 노선이 독점이 된다.
외국 공항 슬롯에 대해서는 혼잡공항 여부, 신규진입사의 슬롯 보유 현황 등을 고려해 국토부와 협의해 이전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조치와 별로도 운임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서비스 축소 금지 등의 제약도 받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판단이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태국, 필리핀, 뉴질랜드,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심사를 완료했고, 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폴, 호주 등에서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경쟁당국간 조치의 상충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해외 경쟁당국과 경쟁제한성 판단 및 시정방안 마련을 위한 지속적인 협의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은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심사보고서를 송달 받으면 구체적인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당사의 의견을 정리해 공정위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길홍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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