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국민연금이 앞으로 국내 상장사들의 의결권을 행사할 때 전자투표 방식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직접 의결권 행사는 물론 위탁운용사를 통한 의결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전자투표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22일 국민연금공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예탁원 전자투표시스템(K-VOTE)을 통한 의결권 전자투표 행사 지원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도입 11년째를 맞은 국내 주주총회 전자투표제도는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지난 2017년을 끝으로 폐지된 이후 활성화되고 있지만, 실제 활용도는 여전히 낮다. 예탁원에 따르면 K-VOTE를 이용하는 발행회사(843개사·22억4천만주)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4.67%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도 직접행사와 위탁운용사를 통한 의결권 행사 시 지금까지 전자투표가 아닌 수기 방식으로 진행해 왔다. 수탁은행을 통해 직접 서면위임장을 발송하고, 주총 이후 행사결과 확인서를 수령하는 방식이다. 기존 수기 방식은 절차가 복잡해 업무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해 의결권 행사 기준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공단처럼 고객의 돈을 맡아 대신 운용하는 기관투자가가 주식에 투자한 뒤 주주로서 해당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지침이나 제도를 말한다.
국민연금과 예탁원은 의결권 행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법률 검토와 시스템 개발 등 논의를 시작해 왔다. 올해 들어 의결권 행사 프로세스를 최종 확정했고, 2~3개월 간의 시스템 테스트를 거쳐 K-VOTE를 이용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시스템 개발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스템 구축에 따라 국민연금이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상장사에 대해서는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올해 1~3월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한 상장사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K-VOTE를 통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 수는 총 21억4천300만주 규모다. 국민연금이 직접운용하는 11억2천500만주를 비롯해 위탁운용 중인 10억1천800만주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일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자투표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은 수탁은행인 우리은행을 통해 의결권 행사대상 주주총회와 위임내역을 예탁결제원에 통보하고, 수탁은행과 위탁운용사는 행사기간 내 K-VOTE에서 이를 확인 후 전자투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면서 국민연금과 수탁은행, 위탁운용사는 기존에 서면 위임장 작성, 발송, 주총 이후 확인에 소요됐던 시간과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탁원은 기대하고 있다.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상장사도 위임장 관련 주주총회 운영 사무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탁원은 이를 통해 현재 4.67%에 불과한 전자투표 행사율이 국민연금의 전자투표 이후에는 7%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 위탁운용사까지 모두 전자투표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9%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김용찬 예탁원 의결권서비스부장은 "국민연금과의 이번 협약으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ESG 등 사회책임투자 원칙이 중요시되고 있는 만큼 시스템적으로 정확하게 어느 기업, 어느 업종에 얼마나 투자할지 전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발행사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탁원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전자투표행사 지원서비스를 시작으로 다른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향후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원서비스가 확대되며 선순환이 이뤄져 상장사의 전자투표 이용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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