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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원유가격연동제 개편 '초읽기'…유업계 '찬성' vs 낙농가 '반발'


정부 연내 원유가격연동제 개편 추진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정부의 만류에도 낙농진흥회가 결국 원유(原乳) 가격을 올리면서 내달부터 우유 등 유제품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최근 달걀·채소 등 소비자 물가 가격이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우유가격까지 오르면 소비자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낙농가는 원유 가격인상을 강행했다. 통상 원유 가격을 올리면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동시에 오른다.

이에 정부는 원유가격연동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그간 숱한 원유가격연동제 개편 논의에도 낙농가에서는 개편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개편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는 낙농가와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원유가격 연동제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충청의 한 낙농가에서 젖소가 관리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충청의 한 낙농가에서 젖소가 관리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원윳값 오르면 제품 가격 인상 불가피

25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지난 1일부터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3% 올랐다.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원유가격 인상이 확정되면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흰 우유 가격 역시 인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2018년 원유 가격이 인상됐을 당시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은 우유 제품군 가격을 3.6~4.5% 인상한 바 있다. 2013년 원유가격이 106원 인상됐을 당시 서울우유는 흰우유 가격을 1ℓ당 220원 올렸다.

우유를 원료로 하는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하반기 중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낙농가와 유가공업계는 매년 협상을 통해 원유가격을 정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극단적 대립이 되풀이됐고, 이를 막기 위해 매년 우유 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기로 했다. 2013년 원유 기본가격 연동제가 도입된 배경이다.

이 제도에 따라 원유가격은 우유와 유가공제품(치즈ㆍ버터 등)의 원료가 되는 원유 단가를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분에 맞춰(연동) 결정된다. 기본 가격은 통계청에서 매년 5월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범위에서 정하기로 했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미만이면 2년마다 협상이 이뤄진다.

협상 주체는 생산자 대표와 낙농 관련 조합장 대표, 유업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원유 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다. 이 위원회에서 결정된 최종안이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과하면 8월 1일 생산분부터 조정된 가격이 반영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우유 수요와 관계없이 생산비와 물가에 따라 원윳값이 올라가다 보니 수요 공급 균형이 무너지는 결과가 나왔다.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우유 소비는 꾸준히 줄어가는 데 반해 원유 생산량과 값은 상승하는 왜곡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우유 가격, 생산자가 결정하는 구조…법 바꿔야

이에 먼저 낙농진흥법에 따라 원유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는 낙농진흥회 구성 변경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낙농진흥회 이사 총 15명 가운데 7명이 생산자 측이다. 이사회는 정원 3분의 2 이상이 참여하지 않으면 열 수 없다. 원유를 생산하는 낙농업계가 이사회에 불참하면 가격 변경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13일 정부는 지난해분 원유가격 인상(L당 21원)을 유보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지만, 이에 반발하는 생산자 측 이사 전원이 참석하지 않으며 불발에 그쳤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낙농진흥회 구성을 바꾸려면 낙농진흥회 정관이 나와야하는데 이것 또한 이사회 결정이 필요하다"며 "낙농진흥법 또는 시행령 개정을 바꿔야 해당 사항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가격연동제가 '낙농가와 유업체 간 합의의 산물'이라는 상징성이 퇴색되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우유소비 트렌드에 따라 쿼터를 조정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원유가격을 ℓ당 4~5원 올리면 늘어나는 유지 비용이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낙농가들도 소비가 되지 않고 국내 원유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소득이 걸려 있으니 물러서지 않고 있다"면서 "원유가격연동제 자체를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도 원유가격연동제 개편에 대한 낙농가의 반발은 거세다. 낙농가 측은 협상에 일절 임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상황이다.

지난 13일 한국낙농육우협회, 전국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등 낙농가 단체는 '생산자 물가 폭등은 정부가 조장해놓고 힘없는 낙농 산업을 붕괴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낸 바 있다. 낙농 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물가 잡는다고 농민 잡는 김현수 장관이 이끄는 농식품부와는 더 이상의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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