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롯데쇼핑이 지난 2분기 실적개선을 이뤘다. 그럼에도 웃지 못하는 처지다. 증권가 추정치에 한참 못미치는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서다.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행히 하반기에는 호재로 작용할 요소들이 많다. 신규점 점포 오픈을 앞두고 있고, 롯데온도 이커머스 부문 재정비에 대한 효과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 영업익 445%↑…웃지 못하는 롯데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694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보다 29.6% 증가한 수치로 실적 개선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7천826억원으로 4.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를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76억원, 매출 3조9천25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44.7%, 3.5%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신장률만 놓고 봤을 땐 기록적인 신장폭을 보였으나, 이는 당초 증권사들의 예상치에는 한참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에프엔가이드가 지난 5일 내놓은 롯데쇼핑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772억원, 매출액은 4조858억원 수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의한 내성과 백화점 명품 수요 및 온·오프라인 장보기 수요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상향할 것으로 봤으나 전망치의 9.9% 수준에 그친 성적을 거뒀다.
롯데쇼핑은 "2분기 송도롯데몰 공사 지연으로 추징세금 323억원이 반영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39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이라며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는 입장이나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경쟁사와 비교해 향후 전략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 백화점, 신규 출점 줄 잇는다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은 백화점 부문이 이끌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가 명품 판매 신장세를 이끌었고,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백화점은 2분기 매출액 7천210억원, 영업이익 62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 40.9% 늘었다.
하반기에는 신규점에 거는 기대가 크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20일 경기 남부 최대 규모의 동탄점을 연다. 2014년 수원점 이후 7년만에 선보이는 신규 점포다. 롯데쇼핑은 동탄점을 경기도 대표 백화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
다만 동탄점 인근에 포진한 경쟁사와의 각축전은 불가피하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등이 각각 분당, 판교, 광교 등 신도시에 위치해있다. 모두 반경 10km 사이로 모여 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브랜드 입점이 필수다. 동탄점은 생로랑, 발렌티노, 토즈, 발렌시아가, 알렉산더맥퀸 등 뉴럭셔리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공간의 구성도 기존의 백화점과는 달리했다. 야외 스트리트몰과 백화점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몰'을 구현했다. 수도권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마련하고, 영업 공간 절반 이상을 체험형 콘텐츠로 채웠다.
9월 10일 오픈 예정인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Time Villas)'도 쇼핑 공간을 재해석하는데 집중했다. 타임빌라스는 시간(Time)과 별장(Villas)의 합성어로 '시간도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자연 속 휴식을 원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오랜 기간 이어진 거리두기 및 사적모임 규제 정책으로 국내 패션소비가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추후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 패션소비를 필두로 백화점 매출이 강한 반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국 상권에 점포를 보유한 롯데쇼핑의 실적 회복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재정비 나선 롯데온 "하반기 기대"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 플랫폼인 롯데온(ON)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급증하며 주요 경쟁사들이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뼈아프다.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29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4% 줄었고, 영업적자는 290억원에서 32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롯데쇼핑은 지난 4월 롯데온 강화 전략으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영입해 대표로 선임한 바 있다. 하반기 이에 대한 뚜렷한 변화를 기대한다.
최근 오프라인 부문별 이커머스 담당 직원들의 소속 전환이 이뤄졌다. 롯데온 이커머스사업부 내로 이동했다. 인력 재배치를 통해 원활한 소통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2분기 셀러 수수료 인하, 할인 프로모션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만큼 이에 대한 성과가 하반기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향후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강화도 전망된다. 앞서 강희태 유통BU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M&A, 지분 투자 등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인수한 중고 플랫폼 1위 중고나라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롯데온과의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영업에 대한 투자 비용으로 인해 적자폭이 확대된 것"이라며 "거래액은 계속해서 늘고 있어 하반기는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지훈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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