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과 최근 2년 치 단체교섭을 타결, 해묵은 갈등을 일단락 지으면서 외형 확대와 투자재원 마련, 실적 향상에 오롯이 집중할 여건이 마련됐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앞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기업공개(IPO) ▲철강사들과의 후판가격 협상 등 쉽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2일 울산 본사 본관에서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 선언' 선포식을 갖고, 조선산업 발전과 회사 재도약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선언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을 놓고 갈등이 증폭돼 2019년 단체교섭이 두 번이나 해를 넘길 정도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노사는 16일 2019년과 2020년 2년 치 단체교섭을 타결하며 갈등을 봉합한데 이어 이날 선언을 통해 뜻을 하나로 모음으로써 향후 신뢰와 협력의 노사문화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노사 갈등 리스크로 잠시 후순위로 밀려있었던 선결 과제들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을 전망이다.
첫 번째 과제는 외형확대 끝맺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산업 구조 개편을 통한 대외경쟁력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2019년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기업결합 심사 일정이 지연돼 인수 작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201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현재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EU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선 심사가 진행 중이다.
특히 기업결합에 있어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두 회사 간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독과점 우려를 적극 소명해 모든 심사를 원만히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안에 마무하겠다고 목표로 세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최종 매듭지을 계획이다.
다만 국회를 비롯해 경남 자치단체장들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매각 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점은 한국조선해양이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 중 하나다.
두 번째 과제는 현대중공업 기업공개(IPO) 마무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로봇과 수소 등 신사업 발굴 및 확장에 전사적으로 나섰다. 이를 위해선 자금 확보가 필수인데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월 상장 계획을 발표한 뒤 3월에는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다. 5월에는 상장 예비심사 청구까지 마쳤고, 올 하반기 상장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21일 진행된 2021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대중공업 IPO와 관련해 "8월 중순 현대중공업 상장 관련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그 이후 일정에 맞춰 9월 말 상장 계획이나,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세 번째 과제는 철강사들과의 원만한 후판 가격 협상이다. 한국조선해양은 포스코와 올 하반기 후판(주로 선박용으로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는 한국조선해양에 하반기 후판 공급가를 톤당 115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철강사들이 조선 3사와 합의했던 상반기 후판 공급가 대비 40~45만원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올 2분기 강재가 급등에 따른 공사손실충당금을 선반영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처럼 충당금을 미리 잡아둬 추가 손실을 볼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하반기 실적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협상을 잘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 "원자재가 인상이 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다, 안정적인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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