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빙그레가 지난 1분기 빙과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대폭 하락하며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인한 영업적자·기타 관리비용·신사업 투자비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빙과류 매출은 1천111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빙그레는 롯데제과·롯데푸드를 제치고 처음으로 빙과 시장 1위에 올랐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지난해 10월 인수 한 이후 해태아이스크림의 매출 268억원이 반영된 것이 주효했다. 별도 기준 빙그레의 올해 1분기 빙과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한 843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빙과시장에서 1위를 차지해온 롯데제과·롯데푸드는 양사의 합산 매출은 1천94억원으로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의 연합에 밀려 2위로 밀려났다. 영업 후 처음으로 빙그레에 밀린 것이다. 두 회사는 모두 롯데지주의 자회사로 계열관계다.
◆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藥일까 毒일까…1분기 영업이익 '급락'
하지만 빙그레의 연결기준 전체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익을 챙기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빙그레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81% 감소한 1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79% 줄어든 14억원을 거뒀다.
매출액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49.7% 신장한 2천338억원을 기록했지만 실질적으로 남는 돈이 적은 장사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빙그레 측은 "지난해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해태의 실적이 반영되다보니 영업이익이 줄었다"면서 "1, 4분기는 빙그레의 핵심 제품인 아이스크림 비성수기이기도 하다. 빙그레 영업이익만 보면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의 1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실제 빙그레의 설명처럼 해태아이스크림의 순손실액 31억원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매출 상승 대비 81% 가량의 영업이익 감소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매출에 비해 실제적인 이익이 너무 작아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빙그레의 판매관리비가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빙그레의 연결기준 1분기 판매관리비는 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5억원보다 크게 증가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무형자산으로 분류되는 영업권, 브랜드 가치 등이 감가 상각 비용이 회계상 관리비에 포함 되기 때문에 이렇게 나온 것"이라며 "해태아이스크림 브랜드 영업권 등이 포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빙그레 관계자는 "기존 빙그레만 영업 부분만 회계 기입할 때와 여러가지가 달라진 것이 많다"며 "해태 아이스크림과 연결로 합산되며 관리비 등 지출에서 늘어났기 때문에 작년 1분기와 직접 비교해서 실적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빙그레, 영업이익 2018년부터 지속적인 하락세
빙그레의 전체 실적을 분석해보면 영업이익 하락은 1분기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빙그레는 2019년 8천783억원에서 지난해 2020년 9천591억원으로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하락세다. 빙그레의 2019년 영업이익은 457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99억원으로 줄었다. 해태아이스크림 적자 약 30~40억원을 감안해도 하락세인 것은 분명하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급여를 비롯한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 등 판관비가 증가함에 따라 빙그레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부진했고, 4분기부터 해태아이스크림 실적이 반영되면서 연결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적자폭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영업 비용이나 투자금은 늘어났지만 실질적인 자금 회수로 이어지지 못해 실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빙그레는 핵심 사업이 수년째 유제품과 아이스크림에 치중돼 신성장동력이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전창원 빙그레 대표는 2019년 빙그레 대표이사 선임 당시 '사업모델 재창조 및 발굴'을 경영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전 대표는 펫 푸드 사업과 가정간편식 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9년에는 신사업으로 건강기능식품 통합 브랜드 '티에프티(tft)'를 키우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티에프티는 여성전문 건강 브랜드 '비바시티'를 내놓았고, 지난해 12월에는 남성 건강 브랜드 '마노플랜'을 출시하며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키우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올해 5조원, 2030년까지 2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기대되지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 시장에는 대형 유통업체인 CJ제일제당, 동원F&B, 풀무원, 농심 등과 유한양행, 동양제약 등 제약업체 등이 뛰어들어 투자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후발주자인 빙그레가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빙그레가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마진율 하락은 불가피하겠지만 올 2분기 내에 해태아이스크림 적자폭을 줄이지 못하면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에서도 올해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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