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582일 만에 1군 경기에 다시 나왔다. 같은 장소였지만 변화가 있었다. 이름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자리가 달랐다.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투수)은 지난 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나왔다. 그는 선발 등판한 댄 스트레일리에 이어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지난해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뒤 드디어 1군 마운드 데뷔전을 치렀다. 나균안이 사직구장을 마지막으로 찾은 건 지난 2019년 10월 1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 구장이었다. 그는 당시 개명 전인 나종덕이었고 포수 겸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해에는 1군 출장 기회는 없었다. 그는 퓨처스(2군)리그에서 투수 수업을 꾸준히 받았고 콜업돼 1군 마운드에 섰다.
롯데는 이날 KIA에 5-8로 져 5연패에 빠졌고 최하위(10위)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투수 나균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그는 KIA 타선을 상대로 1.2이닝 동안 27구를 던졌고 1피안타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나균안은 이날 1군 첫 등판을 마친 뒤 구단을 통해 "마치 외국에서 온 것 처럼 사직구장이 낯설었다"고 소감을 밝혔ㄷ. 그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정말 긴장이 많이 됐다"면서 "장내에 내 이름이 울리자 팬들의 박수와 환호성이 들렸다. 몸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팬들 덕분에 긴장감이 집중력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마음 속으로는 계속 주문을 걸었다. 나균안은 "퓨처스 경기에서처럼 '타자들이 내 공을 치게끔 던지자, 맞춰 잡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나균안은 6회초 등판해 해당 이닝을 잘 막았다.
세 타자를 모두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해 삼자범퇴로 마쳤다. 7회초에도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선두타자 최원준을 다시 유격수 앞 땅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김선빈과 풀 카운트까지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프레스톤 터커를 5구째 파울 플라이로 유도해 고비를 넘나했으나 후속타자 이정훈에 초구 안타를 맞았다. 롯데 벤치는 2사 1, 2루가 되자 나균안을 대신해 좌완 김유영을 마운드 위로 올렸다. 김유영이 유민상과 김태진에 각각 2루타와 안타를 맞아 나균안이 내보낸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나균안도 "한 이닝은 잘 막았지만 공이 손에서 미끌리는 바람에 볼넷을 허용한 점이 너무 아쉽다"고 1군 투수 데뷔전을 되돌아봤다. 긴 이닝은 아니었지만 나균안은 직구 최구 구속 146㎞까지 기록했다.
그는 "등판을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오니 형들이 '네 인생 최고 구속을 찍었다'고 얘기를 해 알게됐다"며 "나 또한 정말 놀랐다"고 덧붙였다.
한때 '포스트 강민호'(현 삼성 라이온즈) 자리를 두고 나균안과 포지션 경쟁을 함께 하다 이날 투수 나균이 던진 공을 받은 김준태는 "1군 첫 등판치고는 공 움직임이 괜찮았다. 범타 유도가 좋았다"며 "(퓨처스리그때와 비교해)변화구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나균안은 "구속을 떠나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고 그렇게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팀의 활력소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나균안에게 1군 마운드에서 보낼 시간이 확실히 보장된 건 아니다. 경쟁력을 떠나 퓨처스에서 콜업된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고 한정된 선수 자원만 활용하는 허문회 롯데 감독 성향상 그렇다.
나균안은 짧은 1군 마운드 경험을 뒤로 하고 퓨처스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박진형, 구승민 등 '필승조'가 부진하고 최준용, 김대우 등 중간계투진 휴식 시간을 위해서라도 나균안의 쓰임새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중간계투진 투구수와 체력 안배 등을 이유로 야수를 투수로 내보내는 상황을 자주 만들기 보다 나균안을 비롯해 또 다른 투수 자원을 활용하는 게 좀 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도 있다. 나균안은 1군 콜업 전까지 올 시즌 퓨처스에서 4경기에 나와 20이닝을 소화했고 1승 1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류한준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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