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자동차 산업을 넘어 스마트폰, 게임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한파 영향에 따른 대규모 정전과 전력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공장 가동을 해도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하자 각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17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오스틴에너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삼성전자를 비롯해 NXP, 인피니언 등 다수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전력 공급의 어려움을 전하면서 전력 사용을 줄이거나 이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같은 날 오후 4시부터 생산을 멈췄다. 전력 부족으로 오스틴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은 1998년 설립 후 처음으로, 생산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곳에선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라인을 운영 중으로,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약 3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매출 중 5.5%가량이다.
오스틴 공장은 파운드리 공정상 고객 수주를 받아 진행하기 때문에 고객사와 수급 일정을 다시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갑작스런 사고가 아닌 사전 통보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해 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일에 따른 피해액은 정상 가동 시와 비교하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3월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서 30분 미만 정전이 발생했을 당시 500억 원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2019년 12월에도 화성 사업장이 2분 정도 정전됐을 때 수십억 원 수준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에서 정전에 대비한 보조전력 장치가 곧바로 작동했으나 미세한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정전 사고에 취약하기 때문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생산라인에 차질이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수백 단계를 거치는 미세 공정 특성상 잠시라도 가동을 멈추면 생산 과정에 있던 제품들은 대부분 폐기하고 다시 생산해야 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며 "이로 인해 설이나 추석 명절 등 연휴에도 쉬지 않고 24시간 가동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전 사태로 삼성전자의 피해액도 상당할 것"이라며 "반도체 초호황기와 맞물려 반도체 품귀난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다른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외에 NXP, 인피니언 등 인근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업계에선 반도체 공급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텍사스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시스템 반도체와 관련된 곳이어서 이번 일이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도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현재 포드와 폭스바겐, 도요타, GM 등은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감산 결정을 내린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이 거의 100만 대 가까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문부터 공급까지 보통 12~16주가 걸리지만 현재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로 최소 26주가 걸리는 상황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소니 등 게임업체도 반도체 공급 문제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번 일에 따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로 반도체 수급난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전력 공급이 언제 될 지에 따라 각 업체들의 피해가 클 지, 작을 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반도체 수급에 따라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여 이번 생산 중단 사태에 따른 피해액이 일부 상쇄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고객사의 선주문을 기반으로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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