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2019년 수준에서 멈췄고 영업이익은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은 수혜를 봤으나 실적이 급락한 업종이 속출하면서 이같이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언택트 수요 증가로 호황을 누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뒷걸음질 쳤다. 매출은 전년비 0.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2%나 줄어들었다.
1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시가총액 500대 기업 중 지난 15일까지 2020년 잠정실적을 공개한 326개 기업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2천106조6천511억원으로 전년 2천105조6천307억원 대비 1조204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7조631억원으로 1년 새 0.6%(7천839억원) 늘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82조128억원)은 8.3%(6조3172억원)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산업별 희비가 극명히 갈린 가운데 언택트(비대면) 수요 확산, 주식시장 활황의 수혜를 입은 업종의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22개 업종 중 11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늘었고 금액만 19조1천45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IT·전기·전자의 작년 영업이익이 47조9천882억원으로 1년 새 13조3천923억원 늘어 증가 규모가 가장 컸다. 증권(1조5천941억원↑), 보험(1조4천504억원↑), 식음료(1조1천309억원↑) 업종도 1조원대 영업이익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11개 업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조3천614억원 감소했다. 34개 지주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산액이 22조5천4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2천69억원 줄었고 조선·기계·설비(2조1천523억원↓) 업종이 감소액 규모로 뒤를 이었다. 자동차·부품(1조4천428억원↓), 철강(1조3천861억원↓), 공기업(1조1천15억원↓) 영업익도 1조원 이상 감소했다.
기업별로는 조사대상 326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5곳의 영업이익이 늘었다. 이들 기업에서 늘어난 영업이익은 28조9천262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8조2천254억원↑)와 SK하이닉스(2조2천999억원↑)의 합산 영업이익 증가액이 10조5천253억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36.4%를 차지했다.
이어 LG화학(1조4천575억원↑), LG디스플레이(1조3천303억원↑), HMM(1조2천805억원↑)이 1조원대 영업손익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지주사 LG(8천11억원↑)와 LG전자(7천588억원↑), 하나금융지주(5천777억원↑), 삼성생명(5천375억원↑), 키움증권(4천812억원↑)이 이익 증가 규모 '톱10'을 형성했다.
반면 141곳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8조1천423억원 줄었다. 지주사 SK의 영업이익이 4조1천410억원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SK이노베이션(3조8천381억원↓)이 뒤를 이었다. 에쓰오일(1조5천78억원↓), 포스코(1조4천658억원↓), 현대중공업지주(1조2천637억원↓), GS(1조1천126억원↓)도 1조원대 감소 규모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두산(9천869억원↓), 강원랜드(9천327억원↓), 두산중공업(9천228억원↓), 현대자동차(8천242억원↓), 롯데케미칼(7천540억원↓), 우리금융지주(7천196원↓), 현대모비스(5천290억원↓), CJ CGV(5천145억원↓)도 영업손익이 5천억원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 가운데선 우리금융지주 매출액이 전년 대비 5조9천207억원 늘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출, 영업손익, 당기순손익이 전년비 마이너스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기업의 전체 실적은 부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324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837조9천436억원으로 2019년(1천848조2천391억원)보다 0.6%(10조2천954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작년 합산 매출 증가액은 11조3천158억원으로 다른 기업의 매출 감소 규모를 뛰어넘는다. 324개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86조566억원)과 당기순이익(50조8천460억원)도 2019년 대비 각각 10.2%(9조7천414억원), 2.1%(1조942억원) 줄었다.
또 조사 대상 326곳 중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2019년 26곳에서 지난해 25곳으로 감소했다. SK, SK이노베이션, GS, 두산, 두산중공업, 롯데케미칼이 영업이익 '1조클럽'을 반납했고 LG화학, 메리츠금융지주, CJ제일제당, 미래에셋대우, 삼성화재가 '1조클럽'에 가입했다.
매출액이 10조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2019년과 2020년 53곳으로 같았다. 삼성증권 매출액이 2019년 6조6천562억원에서 지난해 11조79억원으로 확대되며 10조원 이상 매출 기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대한항공 매출이 2019년 12조6천834억원에서 작년 7조6천62억원으로 축소되며 10조원 이상 매출 기업에서 빠졌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업종별 희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IT·전기·전자, 증권, 보험 등 11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늘어 19조원 이상 확대됐고,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증가액만 10조원을 넘어서며 IT·전기·전자에서만 13조원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지주, 조선·기계·설비, 자동차·부품, 철강을 포함한 11개 업종 영업이익은 지난해 18조원 가량 줄었다"며 "이들 중 은행을 제외한 10개 업종은 매출 역시 축소됐고, 특히 조선·기계·설비업종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액은 2조원에 육박한 데다 공기업 또한 2천억원대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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