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
삼성전자가 최근 이례적으로 M&A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라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칫 미래 먹거리 확보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M&A를 추진할 사업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M&A가 잠잠했던 만큼 역대급 '빅딜'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CFO)은 지난달 28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수년간 M&A 대상을 신중하게 검토해왔으며, 많은 준비는 돼 있다"며 "현재 불확실한 상황으로 M&A 실행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준비해온 것들을 토대로 이번 주주환원 정책 기간(2021~2023년) 내에 의미 있는 M&A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M&A를 공식적으로 예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재수감되면서 M&A와 투자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전장 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뒤로 굵직한 M&A 실적이 없다. 경쟁사들이 잇따라 M&A에 뛰어들며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것과 다른 행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체결된 M&A 규모는 1천180억 달러(약 131조8천7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기록한 1천77억 달러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반도체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실적이 증가하자 몸집을 키운 것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액은 10조3천억 원으로 국내 M&A 사상 최대 규모다. 이 밖에도 지난해 엔비디아는 ARM을, AMD는 자일링스를 인수하는 등 반도체 업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의 라이벌인 LG전자 역시 M&A를 활발히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기업 로보스타와 오스트리아 차량용 램프 기업 ZKW에 이어 올해 초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알폰소를 인수하는 등 차세대 먹거리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7월에는 캐나다 자동차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도 설립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분야 회사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독일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NXP는 지난 2016년 퀄컴이 인수를 추진했지만, 중국이 이를 저지하면서 지난 2018년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숱하게 제기돼왔다. 인피니언 역시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전장용 반도체와 함께 인공지능(AI), 5G, 바이오 등을 삼성전자의 4대 핵심 미래 전략사업으로 꼽은 바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지난해 3분기 말 기준)은 116조2천억 원에 달해 여력은 충분하다. 이에 따라 대규모 M&A가 추진되거나 여러 건의 M&A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 자동차 반도체 팹리스 업체나 파운드리 업체 등에 대한 인수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며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와 오스틴 및 P3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메모리 사업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M&A 전략은 회사의 가치를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