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소송이 한국 배터리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며 공개적으로 양측을 질책하면서 두 회사간 합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양사는 지난 2019년부터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특허 침해 등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내달 이들 소송의 기준점이 될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이 예정돼 있는데 정 총리의 화해 촉구에 양사가 대승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총리는 28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LG와 SK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기업인데 미국에서 3년째 소송을 하고 있다"며 "소송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가 양사 최고책임자와 통화도 하고, 만나서 '낯 부끄럽지 않느냐,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서 되겠느냐'며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했다"며 "K-배터리에 미래가 크게 열릴 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자존심 싸움 된 배터리 전쟁…민·형사 소송만 10건 이상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에서 10건이 넘는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중에서도 ITC의 최종 판결의 영향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다른 재판들이 대부분 ITC 판결을 결정의 준거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했다"며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다.
ITC는 내달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인데 예비판정이 그대로 인용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이에따라 양측은 합의에 나섰지만 지난 1년간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각각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의견 차가 크다. 업계 안팎에선 LG화학이 수 조원, SK이노베이션이 수 천억원을 제시하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회사는 올 들어서도 미국 특허심판원이 SK가 LG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자 감정 싸움을 벌였다. 이는 ITC 판결 전 여론적 성격이 짙었다.
◆ 화해 명분 만들어 준 국무총리···양사 "대화하겠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무총리가 양사간 화해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정부가 사기업의 경영에 관여한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지만 자존심 싸움에 지친 양사에 화해 명분을 만들어 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ITC 소송 판결 전까지는 아니라도 후엔 예상보다 빨리 합의가 성사될 수도 있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두 회사는 막대한 소송 비용을 출혈하며 감정 싸움을 벌여 왔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정 총리께서 크게 우려를 표하신 것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 들이고 있다"며 "분쟁 상대방과 협력적이고 건설적인 대화 노력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7일 컨퍼런스콜에서 "ITC 최종 판결 전후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협상 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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