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양사는 크게 영업비밀, 특허 침해와 관련해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는 ITC가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최종 판결은 세 차례나 미뤄져 내달 나오는 상황이다.
양측은 지난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불발됐고. 해가 바뀌어서도 미국 특허심판원 결정문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등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내달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ITC는 당초 지난해 10월 5일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지만 같은달 26일로, 이를 또 12월10일로 미뤘다가 올해 2월까지 연기했다.
예비판정이 뒤집힌 전례가 드문만큼 최종 판정도 이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선고가 계속 연기되면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소송 당사자들이 미국 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인 만큼, 미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했다"며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에서 10건이 넘는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중에서도 ITC의 최종 판결의 영향력이 가장 클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다른 재판들이 대부분 ITC 판결을 결정의 준거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양사에겐 부담이 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선 예비 판정이 최종 판결로 이어지면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가 내려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도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소송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 LG화학은 SK와 소송을 진행하면서 배터리 사업을 지난달 분사(LG에너지솔루션)했다. 소송도 LG에너지솔루션이 승계한 상태다.
양측은 지난 1년간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각각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의견 차가 크다. 업계 안팎에선 LG화학이 수 조원, SK이노베이션이 수 천억원을 제시하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회사는 올 들어서도 미국 특허심판원이 SK가 LG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무효심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자 감정 싸움을 벌였다. 이는 ITC 판결 전 여론적 성격이 짙었다.
LG측은 "SK가 특허의 유효성에 대한 다툼을 시작조차 해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SK측은 "특허심판원이 절차적인 이유로 특허무효심판 조사개시 요청을 각하했지만, 본질적인 쟁점에 대해 LG 특허의 무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ITC 판결을 앞두고 극적 합의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판결 후에도 합의 가능성은 있다. 다만 소송이 자존심 싸움 양상이 됐고, 양측이 각사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금이 산정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소송은 법리 싸움이기도 하지만 배터리 시장 선점을 둔 자존심 싸움에 가깝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며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양사 모두 소송으로 소모전을 펼쳐야 한다는게 국내 배터리 경쟁력 관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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