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성장이 아닌 생존 자체가 목적인 회사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명확한 미래 비전이 있어야 위기 속에서도 혁신적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14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롯데그룹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구 사장단회의)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다수 계열사가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기존의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매년 상·하반기 VCM을 통해 계열사별 경영 현황 및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통상 상반기에는 경영전략을 논의하고, 하반기에는 계열사별 발표를 통해 현안 공유 및 중장기 전략을 수립한다.
◆"변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포스트 코로나 시대 절박감 내비쳐
이날 VCM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가량 진행했다. 신 회장을 비롯해 각 사 대표이사와 롯데지주 및 4개 BU 임원 등 130여 명이 참석했다.
주제는 '리씽크-리스타트(Rethink-Restart, 재도약을 위한 준비'였다. 코로나19 사태 속 배운 것을 기점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신 회장의 위기감이 반영됐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현재 방식에 기반한 혁신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절박감을 내비쳤다. 또 지난 성과들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장·단기적으로 균형 잡힌 전략을 도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롯데그룹은 그룹의 핵심 사업인 화학·유통 BU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화학 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부문을 육성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밝혔고, 유통 부문은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전방위적 사업 구조조정을 행하고 있다.
이어 신 회장은 지난 4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업계를 선도할 정도의 경쟁력을 쌓아왔다 자부했지만, 유례 없는 상황 속 이 같은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그 동안 축적해 온 역량을 바탕으로 지금껏 간과했던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자"고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핵심가치 세워야
이 같은 '역량'에 대한 고민과 집중은 VCM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신 회장은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해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경영지표가 부진했다"며 "우리의 잠재력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올해 경제전망 및 경영환경 분석 ▲그룹 대응 전략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방안 ▲CEO 역할 재정립 등의 현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또 신 회장은 약 30여 분간 계열사 대표들에게 당부 메시지를 전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절박함을 내비쳤다.
먼저 신 회장은 사장단에게 각 사의 본질적인 경쟁력과 핵심 가치를 바로 세울 것을 주문했다. 5년, 10년 후 회사의 모습을 임직원에게 제시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위한 '위기 속 혁신'이 이 같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나이키는 단지 우수한 제품만이 아니라 운동 선수에 대한 존경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며 "각 회사에 맞는 명확한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에 집착하는 기업에게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비전 달성을 위한 지속적 투자와 실행력을 높일 것도 요구했다. 각자의 업에서 1위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진행하고, 디지털 전환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고 차별화된 기업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이를 원활히 해내기 위해 전략보다 실행을 앞세우고, 고객·임직원·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경영환경 맞는 조직문화 갖춰야…"변화의 선두에 설 것"
전략 수립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경영환경에 걸맞는 조직문화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신 회장은 "기업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지만 아직도 일부 회사에는 권위적 문화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지난 연말 단행된 인사에서 쇄신의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총 35개 계열사 중 13곳의 대표를 교체했으며 임원 수도 전년 대비 20% 감축하는 등 '슬림화'에 주력했다. 이와 함께 50대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을 전면 배치하며 보다 역동적인 조직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회장은 이 같은 '젊은 롯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CEO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대 흐름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여기서 나오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쟁력을 갖출 만한 사업 전략을 도출해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경영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SG경영'에 대한 전략적 집중도 주문했다. ESG경영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뜻한다.
앞서 신 회장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 VCM자리에서는 "롯데그룹이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으며, 올해 신년사에서도 "고객과 사회로부터 받은 신뢰를 소중히 지켜나가며 긴 안목으로 조화로운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신 회장은 "ESG 요소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가치는 기업 생존 및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규제를 대응하는 방식'의 접근보다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사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IMF, 리먼 사태 때도 롯데는 과감한 결단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우리에겐 위기 극복 DNA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과거의 경험을 과감히 버리고, CEO부터 달라진 모습으로 혁신을 추진해 달라"며 "저부터 롯데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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