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다음주께 상반기 사장단 회의를 열고 위기 돌파를 위한 대책 마련에 본격 나선다. 경영권 분쟁, 중국 사드 보복, 불매운동,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매년 실적 악화가 이어져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만큼 지난해 대폭 교체된 임원들과 함께 코로나 이후 미래 준비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은 오는 13일 오후 2시부터 올해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송용덕 롯데그룹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4개 BU장, 계열사 대표 및 기획·전략 담당 임원 등 90여 명이 참여한다.
롯데그룹은 매년 상·하반기에 사장단 회의를 열고 그동안의 성과와 경제 전망 등을 공유한다. 기존에는 식품, 유통, 화학, 호텔 등 그룹 내 4개 사업 부문(BU)별로 하루씩 회의를 한 뒤 마지막 날 신 회장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5일간 진행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VCM부터 하루로 단축됐다. 근무환경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신 회장의 의지를 반영해 회의 방식도 비대면으로 바꿨다.
이번 VCM은 2020년 그룹사 성과 리뷰 및 중기 계획, 2021년 경제전망, 그룹 주요 이슈 및 전략 등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으로, 코로나19 이후 사업 재편에 대비하는 미래 전략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석자들은 서울 롯데월드타워 등 3곳에 나눠서 모인 뒤 화상으로 연결하는 일종의 '3원 생중계'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했던 지난해 하반기 VCM 때와 달리 이동 없이 각 사무실에서 화상 회의 방식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큰 폭의 정기인사를 진행한 후 처음 이뤄지는 만큼 신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주목된다. 롯데는 지난해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해 승진 및 신임 임원 수를 2019년보다 80% 수준으로 대폭 줄였고, 일부 계열사에선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퇴직도 권고했다. '세대교체'를 앞세워 젊은 인재도 전진 배치했다. 황각규 전 부회장의 용퇴도 이의 일환이다.
이 같은 결정은 롯데그룹이 여러 문제에 휘말리며 매년 유통·화학 등 주력 사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 특히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지만 같은 해 상반기 실적은 바닥을 치면서 수천억 원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4년 전 "과감한 혁신으로 롯데를 바꾸겠다"며 '뉴 롯데'를 강조한 신 회장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유례없는 상황에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보자"며 임직원들을 향해 반성을 주문했다. 지난해 위기에 대한 사실상의 질타다.
또 신 회장은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와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며 "각 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해 달라"고 당부하며 임직원들에게 변화를 촉구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가 되자"며 변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신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급변한 산업 구조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줄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신 회장은 디지털 전환(DX)뿐 아니라 지속성장을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 미래 먹거리 신사업도 주요 화두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기존 그룹 양축인 유통과 화학 외에 최근 미래 차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키우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했던 것처럼 이번 회의에서도 각 계열사별로 장점과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업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계열사들을 향해 구체적인 미래 전략 방향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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