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순항 중이던 케이뱅크가 암초를 만났다. 지난 해 취임한 이문환 행장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돌연 사임한 것이다. 이 행장이 그동안 법률 리스크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했던 케이뱅크의 재도약을 이끌었던 만큼, 그의 공백은 케이뱅크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은 전날 돌연 사의를 표했다. 지난 해 3월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 은행을 떠나게 됐다.
◆한 때 대출 영업까지 중단했던 케이뱅크, 이문환 행장 등판 후 정상화 박차
이 행장의 사의 표명 직후 케이뱅크는 곧바로 정운기 부행장의 은행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경영 공백을 막는 차원에서 은행장 직무 대행 체제로 전환했다"라며 "이르면 이달 중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3대 행장을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이 행장 사임 배경으로 '일신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이 행장이 지난 한 해 동안 케이뱅크 정상화 과정을 진두지휘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닐까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 행장은 대주주 리스크로 대출 영업까지 정지됐던 케이뱅크의 정상화를 이끈 장본인으로 평가 받는다. 1989년 케이티(KT)에 입사한 그는 경영기획부문장, 기업사업부문장직을 수행하다, 2018년엔 비씨카드 대표이사 자리를 옮겨 2년간 금융업에 몸을 담았다. 그러다 지난 해 3월 초 제2대 케이뱅크 행장 자리에 앉았다.
지난 해 3월 만해도 케이뱅크의 미래는 불확실했다. 지난 2017년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는 KT를 최대주주로 삼고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KT가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면서 케이뱅크의 계획은 틀어졌다. 자금난에 빠진 케이뱅크는 신규 대출 업무를 중단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케이뱅크의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다.
KT 대신 계열사인 비씨카드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플랜 비(B)'를 가동해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푸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해 7월엔 4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해 총 9천17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하는 등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
막혔던 혈이 뚫린 케이뱅크는 이후 광폭 행보를 보였다.
넉넉한 자본을 바탕으로 그간 중단됐던 대출 업무를 재개했는데, 지난 8월 사전 예약을 통해 판매된 '아파트 담보 대출'의 경우 경쟁률이 26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밖에도 KT와 손잡고 통신비 자동이체 고객에게 최대 12만원을 돌려주는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등 여·수신 업무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고객을 끌어 모았다.
케이뱅크가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여·수신 증감 추이는 은행의 성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총여신은 2조1천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수신 규모는 6.5%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25.90%로 규제 비율인 10.5%를 힘겹게 맞췄던 지난해 12월 말 10.88% 대비 15.02%포인트(p) 상승했다.
케이뱅크가 안정 궤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행장의 역할의 컸던 만큼, 당분간 그의 공백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 행장의 임기는 2022년 초로 아직 1년 넘게 남은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문환 행장 취임 후 케이뱅크가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재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그간 케이뱅크를 맡으면서 구원투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놀랐다는 반응이 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이달 중 새 행장 선임할 것"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했다. 내부 회의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몇 차례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추려나갈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중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3대 행장을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차기 행장은 범KT 출신 인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4%를 보유한 비씨카드인데, 비씨카드 역시 KT의 자회사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인사를 택할지 외부에서 데려올지 확실치 않지만, 사실상 KT가 최대주주인 만큼,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케이뱅크는 지난 7일 임원 인사를 통해 미래금융 총괄 태스크포스장에 권선무 KT 경영지원부문 상무를 선임했다. 양영태 전략투자 총괄 태스크포스장은 내년 1월 31일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양 태스크포스장은 과거 KT캐피탈 재무회계팀장과 사업개발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서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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