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국회에서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의 산업재해 처벌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도 이미 주요국 대비 강력한 수준일 뿐 아니라 처벌 강화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효과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가 기업 옥죄기에만 혈안돼 있어서다.
1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과 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 등 G5 국가에서 현재 시행 중인 '산업안전 관련 법률(산안법)'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은 별도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아니더라도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에 대한 처벌 수준이 매우 강력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안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한국은 사업주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아울러 근로자 사망이 5년 이내에 반복해 발생할 경우 형량의 50%를 가중한다.
반면 미국·독일·프랑스는 위반 사항에 대해 벌금만 부과하고, 일본·영국은 징역형의 수준이 한국보다 크게 낮았다.
한경연 관계자는 "산안법 외에 별도의 제정법으로 산업재해 시 기업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국가는 영국"이라며 "한국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보다 처벌 규정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의무·처벌 대상의 범위가 사업주,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이사 및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서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유해·위험방지의무 내용도 '생명·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상의 위해를 입지 않도록' 돼 있는 등 모호하고 광범위해 기업이 의무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최고경영진의 중대한 과실이 산업재해 발생의 실질적 원인으로 작용해야만 처벌이 가능해 처벌 요건이 엄격하고 제한적이다.
또 한국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사망 또는 상해 사고에 대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을 모두 처벌하는 반면, 영국 기업과실치사법은 사망에 한해서 법인에게만 처벌한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형사처벌을 강화한 국가들의 사례를 볼 때 기업 처벌강화의 산업재해 예방효과는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근로자 10만 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기업과실치사법 시행 직후인 2009년 0.5명으로 시행 직전인 2006년 0.7명보다 감소했으나, 2011년부터는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호주와 캐나다도 기업 처벌강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처벌강화로 인한 효과가 불명확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의 산안법은 주요국 보다 처벌 규정이 이미 강력하며 처벌 강화의 산업재해 예방 효과도 불확실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활동 위축,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법 제정을 지양하되 산업현장의 효과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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