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과연 황금알을 품은 거위일까. 그렇다면 모두가 황금을 갖기 위해 일찍부터 배를 가르려 하는 것일까.
방송 시장에서 '황금알'은 매번 등장하는 단골 비유다. 케이블TV(SO)가 그랬고, IPTV가 이를 이어 받았다. 최근에는 방송통신융합서비스로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는 OTT가 그 자리를 물려받는 듯하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하다. 막 태동하는 국내 OTT 사업자와 달리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 공세가 매섭다. 이미 각 콘텐츠 요소시장에서의 넷플릭스 의존도는 크게 증가했다. 이와 달리 정부는 규제와 진흥의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일견 OTT 기득권 싸움으로 번지는 듯한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미운오리가 된 형국이다.
정부가 지난 6월 범부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오는 2022년까지 콘텐츠 수출 16조원, 국내 미디어 시장 10조 규모로 키우는 한편, 글로벌 플랫폼 기업 최소 5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해외로 나가기 전부터 국내 상황에 발목잡힌 상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국회 발의된 '영상진흥기본법'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해 OTT 사업자 법적 지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OTT 진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방송개혁을 위한 '방송산업종합발전방안'을 마련하고 곧 발표할 계획이다.
◆ 이러려고 디지털미디어발전방안 앞에 '범정부' 붙였나
지난 6월 22일 제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이 발표됐다.
방송통신융합의 대표적 사례인 OTT의 경우 소관업무가 각 정부부처에 산재돼 있어 제대로된 지원을 받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에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체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약 40여차례에 걸쳐 해당 정책을 다듬는데 골몰했고 그에 따른 성과를 도출해냈다는데 의미가 컸다.
정책방향은 OTT에 최소 규제를 적용해 산업을 육성하자는게 주된 목표다. 방통위는 기존 전통 미디어 산업에서의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과기정통부는 1인 미디어 창작자를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문체부 역시 문화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면서 신유형 콘텐츠 발굴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방송통신융합흐름에 좀 더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공정위와 함께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머리를 맞댄 정책방향은 실제 구현과정에서 엇박자를 냈다.
문체부는 'OTT 콘텐츠 글로벌 상생협의회'를 발족하고, '영상진흥기본법' 제정안을 통해 OTT 사업자에 대한 법적 지위 신설에 나섰으나 여러 오해에 휩싸였다. 상생협의회는 문체부 단독으로 진행되면서 타 부처를 배제했다는 지적과, OTT의 법적 지위를 신설하면서 각종 규제를 덧씌우면서 업계 우려를 증폭시켰다.
또 '영상진흥기본법'은 영상미디어콘텐츠사업 시작과 영업의 승계, 폐업의 경우에도 문체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관련 실태조사 및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담았다. 공정경쟁을 위해서는 불공정거래 금지 및 사업자간 분쟁 해결, 협의체 운영, 표준계약서 사용 권고, 정보통신망 제공 거부 행위 금지, 저작권 양도 강제, 낮은 대가 요구, 부당 행위, 대가 미지급 행위 금지뿐만 아니라 이용자보호를 위한 지침 등도 포함됐다. 이는 기존 전통 미디어 사업자의 규제 내용과 흡사할뿐만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과의 이중규제 논란도 불지폈다.
이와 달리 같은달 31일 과기정통부는 OTT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지정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입법예고에 나서기도 했다. 문체부와 마찬가지로 OTT의 법적 지위 신설이기는 하나 맥락은 다르다. 기획재정부가 OTT 콘텐츠 제작 세액공제를 부가조건으로 추가하면서 그에 따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의해 불가피하게 설정됐다.
한켠에서는 방통위가 웨이브와 티빙, 시즌, 왓챠 등 국내 OTT 사업자와 간담회를 통해 'K-OTT 민관협의체'를 가동했다. 콘텐츠 직접 제작 지원 방식 개선과 간접지원, 콘텐츠 투자 활성화 등을 위해 사업자 고충 해결에 의미를 뒀지만 결론적으로 문체부와 대립되는 구조로 고착화됐다.
결론적으로 OTT 사업자의 혼란은 가중됐다. 각 사안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체부를 각기 출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향후에는 이중규제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OTT를 진흥시키겠다고 모인 정부부처에 의해 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산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9월 10일 제1차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 범부처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서둘러 일원화된 범정부 'OTT 정책협의회'를 구성했다. 다만, 이미 각 부처가 자신의 카드를 내놓은 상황이라 양보는 없었다. 실무진에서도 각 부처를 소위 간섭한다는 분위기마저 형성되면서 집안싸움을 우려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자를 만나면 최대한 관심을 멀리해달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우리도 시장 자율성장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한다"라며, "규제 최소화를 통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부처간 정책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회적 합의도 마련되지 않았는데…문체부 '일방통행'
정부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국내 OTT 사업자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간 저작권료 분쟁이 꼽힌다. 저작권 관련 소관부처인 문체부는 11일 음악저작권 요율을 1.5%로 확정하고 연차계수를 적용해 오는 2026년까지 1.9995%까지 올리기로 했다.
당초 음저협은 넷플릭스의 저작권 징수율로 알려진 전체 매출의 2.5%를 요구했으나 OTT 사업자들은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음대협)'을 꾸려 현행 징수 규정상 방송물재전송서비스 요율인 0.65%가 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OTT업계는 행정소송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OTT 업계는 "OTT는 영상, 방송, IT,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된 산업 영역임에도 문체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관계부처,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차단하고, 일부 독점적 신탁관리단체의 목소리만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갈등은 예견된 바 있다. 지난 9일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OTT사업자의 음악 저작권 적정 요율'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김경숙 상명대 저작권 보호학과 교수는 "저작권료 산정은 계산식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업계 내 모든 이용자에게 적용 가능해야 하며, 산출된 금액이 이용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또한 음저협이 넷플릭스 수준으로 일률적 요율을 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하기도 했다.
김준동 과기정통부 방송산업정책과 팀장은 "음저협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으며 이용형태별 구분과 이중징수 배제, 신탁단체 관리 비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이수경 방통위 방송기반총괄과 팀장은 "방통위 차원에서 문체부를 두분 방문했고, 저작권위원회에도 의견을 보내 공정한 심사를 당부했지만, 타부처가 문체부 업무에 의견을 내는 것은 방해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문체부의 이같은 일방통행은 당장 OTT 사업자가 '삼중 규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상진흥기본법' 제정에 따라 관련 법안들의 도미노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OTT의 특성상 법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법안은 '영상진흥기본법' 외에도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이 거론된다.
핵심은 문체부가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자 하는 OTT는 방송법을 전면 개정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된 '통합방송법'에서조차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8년 통합방송법 초안 공개 당시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OTT를 기존 종편이나 보도PP 등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펼쳤다. 이같은 상황은 현재까지도 유지돼 그 명맥을 지난 6월 발표한 디지털미디어발전방안이 이어 받았다.
즉, 문체부가 영상진흥기본법을 통해 OTT를 규제틀 안으로 밀어 넣는 것은 사회적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를 관철시키는 모양새로 호도될 수 있으며, 당초 정부부처간 최소 규제 하에서 OTT를 진흥해야 한다는 본래 취지에도 벗어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콘텐츠 진흥이라는 한 축으로만 OTT를 분류해내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가 될 우려도 있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해 OTT에 대한 성격을 일부 부여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과기정통부의 경우 기재부의 타의적 판단에 따른 대안으로 필수불가결한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체부가 간과하고 있는 중요 사안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리는 '역차별'에 따른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는 규제로서 작동할 수 있으나 해외 사업자인 넷플릭스나 향후 상륙할 디즈니 플러스나 아마존 프라임, 훌루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부실하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역시 이를 바로잡고자 했으나 지난 10일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도 후퇴한 내용만 담는데 그쳤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은 "기존 전통적 방송사업자의 경우 정부가 도입을 결정하는 방식이었으나 OTT의 경우 산업이 선행된 후 정부가 이를 살펴야 하는 등 상황이 반전된 사례"라며, "방송통신과 문화산업이 명확하게 분절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각 정부부처가 보다 조화로운 대안 찾기에 적극 협력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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