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구글이 앱 통행세 확대시기를 내년 1월에서 10월로 연기했다. 국내 콘텐츠 업계 반발이 확대되며 정부와 정치권 압박도 거세지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인터넷·스타트업 업계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내년 1월 20일부터 인앱 결제가 의무 적용되지 않는 건 다행이지만, 유예가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업계는 구글이 앱 통행세 확대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3일 구글은 구글플레이 내 신규 디지털 콘텐츠 앱의 인앱 결제 시스템 적용을 내년 1월 20일에서 9월 30일까지 유예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앱과 신규 앱 모두 내년 10월부터 인앱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면 된다.
구글이 앱 통행세 확대를 연기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구글은 현지 결제 인프라와 구글플레이 시스템이 달라 통합에 시간이 걸린다며 인도의 인앱 결제 적용 시기를 2022년 4월로 미룬 바 있다.
구글은 "'앱 생태계 상생 포럼' 등 한국의 개발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다"며 "한국 개발자에 인앱 결제 시스템을 적용할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내년부터 시행될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도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구글은 앱 통행세 논란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학계·업계·법조계·소비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10여명으로 구성된 '앱 생태계 상생 포럼'을 발족했다. 또 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신설, 국내 디지털 콘텐츠 앱에 1천150억원(1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인터넷·스타트업 업계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이날도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와 공동변호인단 14명은 국내 앱 스타트업을 대리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했다.
국회에서도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마련에 분주했다. 최근 여야 이견으로 개정안이 교착상태에 빠지긴 했으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국정감사 때부터 구글을 강도 높게 압박해왔다.
여기에 애플이 내년부터 중소 앱 개발사의 인앱 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낮추기로 하면서 구글이 사면초가에 몰리기도 했다. 전세계 앱 마켓 시장을 양분하는 애플이 상생을 위해 수수료를 인하하는 가운데, 구글이 인앱 결제를 강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국내 인터넷·스타트업 업계는 안도하면서도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당장 두 달 후부터 인앱 결제가 적용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구글이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 유예 및 수수료 인하는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측은 "구글의 국내 앱 생태계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유예가 아니라 철회 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 역시 "구글이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나, 인앱 결제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기 때문에 앱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환영의 뜻 나타낸 국회, '구글 갑질 방지법' 화력 잃나
구글의 이번 결정으로 국회도 시간을 벌게 됐다. 소급적용 문제를 피하기 위해선 연내 구글 갑질 방지법이 통과돼야 하는데,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오는 26일 전체회의까지 개정안 관련 결론을 내야한다고 촉구했으나, 여야 갈등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사실상 개정안이 흐지부지 될 위기였다.
구글의 결정에 여야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배경이다. 이 위원장은 "여야 간사인 조승래, 박성중 의원의 지속적 촉구 덕분"이라며 "과방위 위원들과 국내 앱 개발사 및 앱 이용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역시 공동성명서를 내고 "법 통과 시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를 제안한 바 있다"며 "단순 유예에 그치지 않고 구글이 수수료 인하 등 애플보다 전향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해 개발자와 소비자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구글 갑질 방지법 추진이 화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하자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며 "야당이 법안소위를 언제 열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야당 관계자는 "구글로부터 국내 앱 사업자를 보호하자는 덴 이견이 없다"라며 "내일 모레 예정된 법안소위를 진행하고, 12월 중에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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