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최소 3조2천억원을 제시했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3조7천억원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옵션으로 제시한 5세대 통신(5G) 무선국 구축의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사실상 기준가인 3조2천억원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재할당 산정방식과 대가 관련 공개 설명에 나섰으나 신규 할당과 재할당의 법적 해석과 정책적 목표, 과거 경매사례에 대한 다른 시각, 5G 투자옵션 리스크 등 쟁점만 반복하다 끝냈다.
다만, 5G 투자옵션에 대해 여지를 남김에 따라 양측이 의견차를 좁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정책방안 공개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뿐만 아니라 연구에 참여했던 전문가 및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임원이 참석해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공개설명회는 주파수 재할당 정책수립을 위한 연구반을 종료하고 첫 산정대가가 공개된 자리로 이통사 입장에서도 공개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첫 기회이기도 했다. 그간 여러차례 의견수렴 절차가 있었음에도 합치보다는 모든 항목에서 대립 양상을 빚었다.
◆ '전파법 해석·정책 목표' 다른 시각…과거 경매대가 반영 대립
가장 뜨거운 쟁점은 '전파법 위법 소지 여부'였다. 과기정통부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으나 이통사는 전파법에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가 재량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맞섰다.
제11조1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제10조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공고된 주파수를 가격경쟁에 의한 대가를 받고 할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단서로 '다만, 해당 주파수에 대한 경쟁적 수요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3항 후단에 따라 산정한 대가를 받고 주파수를 할당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3항은 '주파수 할당 대가는 주파수를 할당받아 경영하는 사업에서 예상되는 매출액, 할당대상 주파수 및 대역폭 등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한다'고 돼 있다.
법문을 따르다보면 최종적으로 전파법 시행령 제14조에 이른다. '주파수 할당 대가의 산정 기준은 별표3과 같다'고 하면서도 단서로 '할당대상 주파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가 가격경쟁주파수할당의 방식에 따라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고려해 주파수할당 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다만'으로 표시된 단서 조항들이 별개인지 또는 연결돼 있는지가 법리적 해석의 핵심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결됐다고 한다면 과기정통부가, 별개라면 이통사의 주장과 부합하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해당 연구반에 참여한 송시강 홍익대 교수는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는 법률에 정해져 있고, 시행령에도 표시돼 있다"며, "경매 사례가 있는데 더 적절한 경제적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제도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들 지금 제도가 위법하다는 근거는 없다"며, "명확히하라 주장하지만 지금보다 할당대가를 2배로 더 내라고 하면 할 것인지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 같은 주장은 변명일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대가산정에 있어 변수에 따른 승수효과가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며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법으로 상향해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그는 "전파법 시행령 별표3에서도 무선촉진계수에서도 논란이 있고, 옳다 그르다의 판단 이전에 논란을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해소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것이기에 차라리 MHz당 단가표라도 만들어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법리적 해석과 함께 정책적 목표 설정에 대한 아쉬움도 뒤따랐다.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재할당 정책방향은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 및 5G 전환 촉진'이다. 다만, 재할당은 서비스의 연속성과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함에도 마치 신규할당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기술 도입과 진흥 등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에 따른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경제적 가치에 부합하기 위해 과거 경매대가를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신규할당과 달리 경쟁적 수요가 없는 재할당의 경우에는 유찰될 때의 가격인 최저경쟁가격을 가져왔어야 한다는 것.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신규할당의 경매대가는 경쟁적 수요를 근거로 가격경쟁이 붙어 할당된 것"이라며, "경쟁적 수요가 없는 재할당에 낙찰가를 반영하는 것은 연속성과 연장선, 이용자 보호라는 재할당의 또 다른 목표와 상반된다"라고 지적했다.
◆ 경매 낙찰가 반영했으나 '해석차·오류 등' 드러나
하지만 여러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과기정통부는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의 특성과 경제적 가치의 효용성, 5G 촉진 등을 이유로 과거 경매 낙찰가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과기정통부는 재할당 주파수는 이미 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가치가 평가된 주파수로 판단하고 기존 할당대가, 즉 낙찰가를 참조했다. 경매가격이 존재하지 않는 일부 주파수는 K-민즈(means) 군집화 알고리즘을 활용해 유사성을 분석해 과거 경매가격을 반영했다.
가령 경매 당시 과열양상을 빚었던 1.8GHz 주파수의 경우 KT는 20MHz대역폭을 경매 이전 할당받았으나 15MHz 대역폭은 경매를 통해 9천1억원에 낙찰받은 바 있다. SK텔레콤은 2013년 35MHz대역폭을 1조500억원에 낙찰받았다. 양쪽 모두 광대역화해서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특이점 보정이 이뤄졌다.
마찬가지로 2.1GHz 주파수의 경우 지난 2016년 SK텔레콤과 KT가 각각 5천685억원에 재할당 받은 바 있다. 당시 20MHz대역폭씩 LTE와 3G 구분해 운영하고 있으나 현재는 3:1 비율로 운영 중이다.
다만, 동일대역에 40MHz폭을 확보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모두 LTE를 운영하고 있어 SK텔레콤의 2.6GHz 주파수와 군집화됐다. SK텔레콤은 2016년 2.6GHz 주파수 40MHz 대역폭을 9천500억원에 낙찰 받은 바 있다.
경매 이전 할당대역인 KT의 900MHz 대역은 SK텔레콤의 2.6GHz 주파수 20MHz 대역폭과 KT의 1.8GHz 주파수 20MHz 대역폭을 묶어 평균으로 산출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2016년 경매에서 3천277억원에 낙찰받은 곳으로, KT의 경우 경매 이전 가격이기는 하나 SK텔레콤 사례에 비췄을 때 약 6천억원 가량 보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경매 이전 할당대역인 800MHz 주파수는 1.8GHz 주파수와 2.6GHz, 900MHz 대역에 대한 경매참조가격을 반영해 집계됐다. 대략 5천억원 안팎의 대가가 산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략적으로 과거 경매낙찰가를 반영하고 보정해 평균적으로 산출한 재할당 대가는 5년 기준 4조4천억원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과기정통부는 5G 도입 영향에 따른 가치 하락요인을 반영해 27%를 낮춰 계산해 최소 3조2천억원의 대가를 산출해냈다.
다만, 이같은 산정방식에도 해석 차이나 오류가 발생한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K-민즈 방법론이 좋기는 하나 대규모 데이터를 군집할 때 쓰는 방식인데, 이번 재할당은 표본이 적다"라며, "연구자 임의대로 하는 자의성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우려를 줄이기 위해 사업자가 포함된 그룹에서 선택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아울러, 오류도 지적된다. 과기정통부가 과거 경매참조가격이 없어 1.8GHz과 900MHz 주파수를 참조해 평균 산출했다는 800MHz 대역은 지난 2011년 경매 매물로 등장해 KT가 낙찰받은 대역이다. 당시 KT는 10MHz 대역폭을 최저경쟁가격인 2천610억원에 가져간 바 있다.
◆ 현실성 결여된 5G 투자옵션…협의안 실마리 제공할까
업계에서는 정부와 사업자의 의견차가 극심함에도 큰 틀에서의 조정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5G 투자옵션에 대해서는 정부도 여지를 뒀다.
정영길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주파수 매물이라는 특성이 시점마다 대역 특성마다 이용하는 기업평가도 달라 방정식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사업자가 (5G 투자옵션 조건 달성의) 현실성 지적한 부분이 중요해서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G 투자옵션은 무선국 구축 수량에 비례해 재할당대가를 높이는 방식이다. 경매 참조가격인 4조4천억원에서 조정가격인 3조2천억원을 3만 단위의 5G 무선국으로 구분해 설정한다. 3만국 미만은 4조4천억원, 6만국 미만은 4조1천억원을 내야 하지만 현재 이통3사가 각각 약 5만국 가까이 기지국을 구축해놓고 있어 제외됐다.
이에 따라 실제 재할당 가격은 15만국 달성시 받을 수 있는 3조2천억원과 9만국 미만의 3조9천억원 사이에 결정될 공산이 크다.
이통3사는 과기정통부가 제시한 2022년 5G 기지국 15만국 달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15만국 기준은 이통사가 8년 동안 구축한 LTE 기지국수와 유사한 수준이다. 2018년부터 5G 기지국을 구축해온 이통3사가 약 2년 가량 구축한 기지국수는 5만국에 미치지 못한다. 즉, 2년 후를 내다봤을 때 현재와 동일한 설비투자를 유지하면서 가능한 수준은 약 10만국이라는 것.
즉, 업계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제시한 5G 투자옵션에 따라 실제 납부해야 할 재할당 대가는 9만국과 12만국 미만 조건인 3조7천억원이다.
게다가 이통3사는 이미 5G 주파수 경매를 통해 망구축 의무를 지고 있는 상태다. 3.5GHz 주파수의 경우 15만국을 기준으로 3년내 15%, 5년내 30%를 구축해야 한다. 즉, 이통3사가 2022년까지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기지국은 4만5천국으로 무려 3배나 차이가 발생한다.
이를 두고 이통3사는 이중규제, 부당결부를 주장하고 있다. 망 구축 로드맵의 경우 사업자의 투자계획에 따른 전략임에도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주장도 따랐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임원은 이를 우사인볼트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 나와 있는 이통3사 임원이 100미터 달리기에서 우사인볼트보다 빨리 달리라고 얘기하고 달성하지 못할 시 0.5초마다 수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며, "그 정도 뛸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노력하더라도 몸을 만드는데 몇년이 필요하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주파수 재할당이 향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배치 정책과 일맥상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순항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향후 추진될 주파수 경매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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