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가 올 3분기 대규모 충당금 반영으로 적자가 불가피해졌지만 미래차 시대를 위한 준비에는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불확실성을 덜어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오는 26일 오후 차례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두 회사 모두 조단위 적자가 예상된다. 당초 현대차와 기아차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판매량 방어에 성공하며 각각 6천억원대, 2천700억원대의 흑자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충당금 반영이 결국 적자를 부르게 됐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3분기에 3조4천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2조1천300억원, 기아차가 1조2천600억원이다. 현대기아차의 충당금 반영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세타2 GDi 엔진 리콜 사태를 확실히 털고 가기 위한 조치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3분기 4천600억원(현대 3천억·기아 1천600억원), 2019년 3분기 9천200억원(현대 6천100억·기아 3천100억원) 등 2차례에 걸쳐 세타2 GDi 엔진 리콜 관련 충당금을 반영했다.
하지만 예상치보다 높은 엔진 교환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타2 MPI·HEV, 감마, 누우 엔진에 대한 고객 불만 사례도 접수되면서 추가적인 비용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해당 엔진 차량에 대한 KSDS(엔진 진동감지 시스템) 장착 비용을 반영하는 등 고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이같은 조치를 정의선 회장의 '빅배스'(Big Bath)로 해석한다. 그룹 총수로 올라선 시점에서부터의 경영성과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충당금으로 2037년까지의 품질 관련 리스크를 털어냈다
특히 정 회장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만큼 내연기관 엔진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엿보인다.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시장의 선두 업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내연기관 엔진의 품질 이슈가 불거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코나EV에서 화재 사고의 원인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서둘러 자발적 리콜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대차는 코나EV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 한 후 배터리 이상 징후가 발견되는 경우 배터리를 즉시 교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모델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하는 세계 3위권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고, 기아차는 2026년 전기차 5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로 설정한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로보틱스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과 사업 추진 단계에 돌입했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자동차산업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 더욱 크게 요구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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