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공식적으로 총수 자리에 오른 가운데 남은 과제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승계하는 일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 추진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이날 오전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을 동의하고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정몽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됐지만 아직까지 지분 승계는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그로비스'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1.43%를 보유했고,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3.88%를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7.28%를 보유했다. 현대제철은 현대모비스 지분 5.79%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대제철 지분을 각각 17.27%, 6.87% 보유했다.
오너일가의 주력회사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평가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7.13%, 현대차 5.33%, 현대제철 11.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 0.32%, 현대차 2.62%, 기아차 1.74%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6.71%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4.68%를 보유했고,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도 보유했다.
주력회사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정의선 회장이 모두 승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계에서는 오너일가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활용해 지분승계에 나서는 방안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순환출자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면서 이같은 방법을 시도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AS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오너일가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교환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주주들의 반발로 주총을 일주일 앞두고 개편안의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개편안 철회와 관련해 "주주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며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2년 넘게 중단돼 왔다. 정의선 회장의 총수 취임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이 지분승계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력한 시나리오로 제기되는 방안은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한한 뒤 투자 부분을 합병하는 방안이다. 오너일가는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해 투자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경우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차투자증권 등을 보유할 수 없게 되는 문제를 또다시 해결해야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은 시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해 최적의 시점과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고 개편안이 마련되는 대로 시장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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