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현대차그룹을 세계 5위 완성차 제조사로 만들어낸 정몽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추대 됐다. 장남 정의선 회장에게 수장 자리를 넘긴 정몽구 명예회장은 '품질 경영'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해 온 승부사다.
이번 총수 교체에도 정몽구 명예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정 명예회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산업도 격변기를 맞으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해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실현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변에 피력해 왔고 가족들도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단기간에 글로벌 5위로 올려놓은 정몽구 명예회장은 한국 경제와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왔다.
품질과 현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자동차 전문그룹을 출범시키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산업과 소재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부도 이후 국민의 혈세로 운영돼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던 기아자동차, 한보철강은 물론 현대건설을 인수해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 지방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세계적 기업으로 일궈냈다.
2000년 9월 현대자동차를 비롯 10개 계열사, 자산 34조400억원에 불과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2019년말 현재 54개의 계열사와 총 234조7천6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룹으로 변모했다. 핵심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전례가 없는 최단 기간 내에 전 세계 10개국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갖추고 매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5위권의 자동차 제조사로 자리 잡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저력은 시장을 쫓아 해외로 영역을 넓혀가며 진가를 나타냈다.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해외공장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이 무성했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의 명운을 건 도전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대한민국 경제의 지형을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은 '품질 경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 명예회장은 "최고의 품질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
전 세계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적기에 건설할 수 있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전 세계를 발로 뛰며 생산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현장경영을 펼쳤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서 실시한 '10년 10만 마일' 보증 카드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서플라이 체인 혁신을 매개로 협력업체의 글로벌 성장도 촉진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건설 시 국내 부품업체 공동 진출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동반성장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부품업체들의 경쟁력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선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를 건설, 국내 소재산업 도약도 이끌었다. 일관제철소는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세계 최초로 자원순환형 사업구조를 갖춰 기업의 환경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올해 정몽구 명예회장은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의 권위에 빛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 대상자로 선정됐다.
1939년 설립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성과와 업적을 바탕으로 자동차산업과 모빌리티 발전에 중대한 역할과 기여를 한 인물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다.
'자동차 명예의 전당' 측은 "정몽구 회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업계의 리더"라며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정몽구 회장의 수 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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