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충격이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3배 가까이 컸다는 통계가 나왔다. 특히 8월 이후 실시됐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반등하던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수치를 통해 확인됐다. 코로나19 진행 방향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만큼, 내년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소비가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
22일 오전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단 워크숍'을 열고 '최근 소비 동향 점검 및 향후 리스크 요인'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위기 뛰어넘은 코로나19…이동 제약 충격, 생각보다 컸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 속도는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그야 말로 '전례 없는' 속도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국내 총생산(GDP)는 코로나19 충격 이후 2분기 만에 12.3% 감소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감소폭인 4.2% 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통상적인 경기 침체기엔 소비 감소폭이 GDP 감소에 비해 작지만, 이번 충격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GDP 감소보다 소비 감소폭이 더 큰 모습을 보였다. 감염병 확산 억제를 위해 각 국에서 이동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면서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보통 위기 때는 소비가 완충 역할을 해 경기 하락을 막아준다"라며 "GDP 감소폭보다 민간소비 감소폭이 컸다는 것은, 소비 감소가 경기 위축, 경기 하락을 주도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경제를 전망하는 데 있어서 민간소비 전망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이 급격히 일어났다. 1분기 중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 대비 6.5% 감소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카드사태, 금융위기 등 세 차례 경제충격기 중 외환위기 다음으로 감소폭이 큰 수준이다.
다만 2분기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부지원책 등에 힘입어 부진이 조금씩 회복되는 모양새다.
주목할 점은 '재화 소비'와 서비스 소비'간 회복속도가 상이하다는 것이다. 재화소비는 자동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반등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서비스 소비는 재화 소비에 비해 회복속도가 완만하게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 큰 숙박·음식, 예술·스포츠·여가 등의 회복세가 더딘 모습이다.
각국 여행 제한도 거주자 국외소비 비중이 큰 한국에겐 치명적이었다. 한국의 전체 소비 비중에서 거주자 해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1.5%인 미국과 0.6%인 일본에 비해선 비교적 높다. 올 2분기 거주자 국외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72.4%나 줄었다.
김 국장은 "1분기 때 민간 소비가 많이 떨어졌는데, 코로나가 진정된 2분기 들어선 재난지원금이나 자동차 개별 소비세 인하 등 정부 정책이 섞이면서 반등했다"라며 "재화 소비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반면, 서비스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패턴은 해외 주요국에서도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 유로지역 모두 코로나 확산에 따른 봉쇄조치 등으로 급감했다가 경제활동 재개 이후 반등했는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1분기 부진했던 소매판매가 2분기 들어선 예년 수준을 회복한 모습이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서비스업 생산은 회복이 더뎠다. 유로 지역의 경우 관광서비스 비중이 높아 여타 국가에 비해 서비스생산의 하락폭이 크고 회복속도도 완만하게 나타났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반등하던 소비 심리에 찬물
보고서엔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되기 시작한 8월 이후의 경제 충격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담겼다.
한은이 8월 중순 이후 대중교통 관련 이동량을 조사한 결과, 종전과 비교해 이동성 지표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2월부터 9월까지의 구글 이동성 지표에 따르면 8월 중순의 7일 평균 대중교통 이동량은 광복절 대비 -29.5% 줄었다. 같은 기간 카페나 점포 등 소비·여가관련 이동량은 -21.6%로 1차 확산(2월 19일 이후) 이후인 33.0%보다는 감소폭이 작았지만, 유의미한 수치를 보였다. 이동량이 줄었다는 건 경제활동에 위축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9월 중순 이후엔 감염 확산세 둔화,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이동성이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다.
실제 소비 데이터를 보면 바이러스 재확산 영향이 컸다는 걸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이 신용카드 사용액을 자체 모니터링한 결과 숙박·외식업 등 대면서비스와 소매점 소비는 연초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만 온라인 쇼핑 등이 활성화되면서 결과적으로 1차 확산기 보다는 전체적인 소비 감소폭은 줄었다.
소상공인의 경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차 확산기 소상공인 매출액 감소폭은 -25%로 1차였던 -28.9%에 육박했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1차 때보다 감소폭이 컸다. 절반에 가까운 자영업자들이 수도권에 집중된 탓에 거리두기 강화조치가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 국장은 "8월 중순 이후로 소상공인의 매출이 빠르게 감소했는데, 수도권의 경우 자영업자의 절반 가량이 집중된 탓에 타격이 더 심했다"라며 "학원, 음식점, 체육시설 같은 영업제한이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 회복에 상당한 시일 걸릴 것"…성장률 전망치 수정 가능성은 낮아
한은은 코로나19 소비 흐름에 큰 영향을 줄 리스크 요인으로 ▲대면서비스 소비 ▲해외소비 ▲대체소비를 꼽았다.
대면서비스 소비는 2~3월중 크게 위축됐다가 2분기 들어 반등했으나, 회복 속도는 여타 소비지출에 비해 상당히 완만한 모습이다. 여타서비스 소비는 4월 이후 회복세를 보여 코로나 이전 수준에 근접한 반면, 대면서비스는 7월까지 연초 대비 하락폭의 45%정도만 회복하는 데 그쳤으며, 재확산 이후 다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심리 회복 지연, 거리두기 일상화 등으로 향후 대면서비스 소비 회복은 상당기간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대면서비스는 대외활동 제한 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다, 재량적 지출 성격이 강해 소비 심리와 소득 불확실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외 소비 전망도 밝지 않다. 6월 말 내국인 출국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98.4%, 7월은 97.7% 감소하는 등 최근까지도 90% 이상의 큰 폭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여행소비심리가 전체 소비지출CSI에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민간소비에 대한 GDP 기여도는 1분기 -1.1%p 였으며, 2분기엔 -2.8%p로 규모가 확대됐다.
김 국장은 "코로나 확산으로 거리두기가 일상화 될 수 있는데, 과거 경제충격기 때도 충격 강도가 크면 회복 속도가 굉장히 느린 특징을 보였다"라며 "대면 서비스 소비 회복엔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간 이동 제한이 지속되고, 여행심리 회복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외 소비 위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 본다"라며 "글로벌 항공 업계는 해외 항공 여객 수요를 전망하는데, 그에 따르면 2023년까지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면서비스 감소에 따른 대체 소비 증가는 긍정적 요인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비대면 수요와 함께 소비위축에 따른 저축 증대는 향후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도면서 소득여건, 소비심리 개선이 지연된다면, 대체소비 역시 제약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소비 회복 시기를 가늠하긴 어렵다. 올해 소비가 급감한 만큼, 내년의 소비 증가율 자체는 높겠지만 그 속도가 어떨지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민간소비 회복을 증가율로 보느냐와 그 수준을 보느냐는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만 내년에 회복세는 나타날 것"이라며 "이 모든 게 코로나 전개 상황에 달려있지만, 워낙 불투명해 민간 소비 회복 시기도 불확실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지만,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치에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이미 한은은 10월까지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전망치를 내놨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달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에서 -1.3%로 조정한 바 있다.
김 국장은 "지난 전망 때 10월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된다고 봤다"라며 "지금은 당시 전망 경로 상에 있으며, 지난 전망 이후의 지표를 봐도 특별히 숫자를 바꿀만한 내용은 없다"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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