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퀄컴의 5G 스마트폰용 AP칩 스냅드래곤875(가칭) 전량 위탁 생산 계약을 따냈다. 오는 12월 출시 예정인 스냅드래곤875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겨냥한 퀄컴의 5G AP칩으로, 갤럭시S21(가칭)을 비롯해 중국 샤오미, 오포 등의 고급 폰에 장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기 화성 파운드리 라인에서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장비를 활용해 스냅드래곤875를 양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 초 퀄컴 5G 모뎀칩 'X60' 생산 계약에 이어 최근 퀄컴의 중저가 스마트폰용 AP칩인 '스냅드래곤4' 시리즈 생산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이는 일부 물량이었고 전량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업계에선 스냅드래곤875를 TSMC가 맡아 생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퀄컴이 그 동안 프리미엄급 제품은 대부분 TSMC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기술력과 영업 전략을 토대로 최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어 이번 일을 기점으로 향후 TSMC 독주 체제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대대적인 설비·연구개발(R&D) 투자를 앞세워 TSMC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7.4%로, TSMC(53.9%)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말 기준 TSMC 점유율은 50.8%, 삼성전자는 14.9%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퀄컴의 스냅드래곤 875 생산을 맡게 된 것은 TSMC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퀄컴으로선 프리미엄 주력 제품 생산을 위탁할 정도로 삼성의 기술력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업계에선 TSMC가 장악해온 업계의 질서를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삼성이 점차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들어 대형 고객사 제품을 잇따라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 생산을 맡기로 했고, 이달 초에는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주했다. 또 7㎚ 이하 초미세공정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텔과도 그래픽칩 수탁생산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규모 투자도 한 몫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에서 오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매출 기준 655억 달러(약 78조 원)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10대 파운드리업체의 3분기 누적 매출이 572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4분기를 합하면 지난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는 퀄컴의 5G 모뎀칩 X60, IBM의 서버용 CPU '파워10'을 연달아 수주했고, 최근에는 엔비디아 신규 GPU 지포스 RTX30 시리즈를 8nm 공정으로 수주했다"며 "향후 AMD 및 인텔 향 파운드리 공정 수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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