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팔도비빔면'의 36년 '장기집권'이 이어지고 있는 비빔면 시장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오뚜기의 '진비빔면'이 출시 직후 이목 끌기에 성공하며 시장 2인자 자리를 굳히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시된 오뚜기 진비빔면이 누적 판매량 4천500만 개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는 월 평균 900만 개 판매에 달하는 수준이다.
진비빔면은 '용량'과 '가격'을 앞세워 시장에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오뚜기는 '한 개는 적고 두 개는 많다'는 비빔면의 양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착안해 진비빔면의 중량을 20% 늘렸다.
높은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팔도비빔면에 비해서는 다소 비싸지만 비슷한 시기 출시됐던 농심의 '칼빔면'에 비해서는 개당 160원 가량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 이목을 사로잡았다. 또 친숙한 이미지의 백종원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SNS 등에서 소비자들에게 신제품을 '각인'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진비빔면의 선전이 팔도비빔면의 위상을 흔들지는 못했다. 팔도비빔면은 지난 7월 연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다. 이는 역대 최단 기간 연 판매량 1억 개 돌파 기록이다.
시장 점유율 역시 60%대를 유지하며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 식품산업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팔도비빔면의 비빔면 시장 점유율은 63.6% 수준이었다. 전체 1천159억 원 규모의 시장에서 737억 원의 매출을 팔도비빔면 혼자 올렸다.
이에 업계는 진비빔면이 팔도비빔면의 시장 파이를 빼앗은 것이 아닌 시장 전체의 규모를 키운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농심이 지난 4월 출시한 칼빔면은 출시 이후 1천500만 개 가깝게 팔렸다. 삼양식품이 지난 3월 내놓은 '도전! 불닭비빔면'과 '불타는 고추 비빔면'도 7월 말까지 각각 550만 개, 50만 개가 팔렸다.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인 '열무비빔면'도 2월부터 7월 말까지 600만 개 판매를 돌파했다.
이 같은 신제품들의 전반적 흥행 속에서도 팔도비빔면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내려앉지 않은 만큼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끈 '선의의 경쟁'이 펼쳐졌다는 평이다.
다만 진비빔면이 사상 처음으로 팔도비빔면의 견제를 받는 '유의미한 경쟁자'로 자리잡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팔도는 진비빔면이 출시된 이후 지난 2016년 2천만 개 한정으로 판매했던 20% 증량 제품 '팔도비빔면 20% 업(UP)'을 내놨다. 당시 팔도는 기존에 출시가 예정된 제품이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는 진비빔면에 대한 견제 의지가 담긴 신제품 출시로 풀이한 바 있다.
업계는 팔도비빔면과 진비빔면이 앞으로도 이 같은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진비빔면이 출시 후 반 년 동안 이렇다 할 잡음 없이 호평을 받아오고 있으며, 판매량 또한 큰 격차를 가진 2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비빔면 시장의 '1강 1중' 구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팔도비빔면의 경쟁자임을 자부하며 출시된 신제품은 그간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것은 진비빔면의 최초"라며 "'반짝 유행'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양이 판매됐고 시장으로부터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진비빔면의 팔도비빔면의 유력한 경쟁자로 시장에 자리잡았다고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비빔면 시장에서 팔도비빔면의 위상이 매우 높아 이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이 팔도비빔면과 진비빔면의 '1강 1중'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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