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3사 총수와의 회동을 마무리하고 '2025년 전동화 플랜'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정 부회장의 연이은 총수회동을 바탕으로 국내 4대그룹이 '전기차 어벤저스'를 결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SK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 회장과의 만남을 끝으로 4대 그룹 총수와의 연이은 회동을 마무리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인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은 모두 4대 그룹 계열사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SDI 천안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고, 지난달에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났다.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국내 4대그룹이 전기차로 뭉친 셈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국내 배터리 3사를 연이어 방문한 것은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한다는 '2025년 전동화 플랜'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고, 기아차는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2026년 전기차 50만대(중국 제외)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계획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면서 이르면 2021년에 '배터리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정 수석부회장은 국내 배터리 3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각 기업 총수와 연이어 회동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체들도 현대차그룹이 2021년부터 양산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현대기아차와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 E-GMP 1차 배터리 공급사는 SK이노베이션이 선정됐고, 2차 공급사는 LG화학으로 결정됐다. 3차는 다시 SK이노베이션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앞세워 현대기아차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승용차에 이어 수소트럭 양산도 본격적으로 시작한 만큼 향후 배터리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전날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했다. 스위스를 시작으로 공급지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북미 상용차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 배터리,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평가하고, "현대차그룹은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 임직원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으로 양 그룹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며 "힘과 지혜를 모아 코로나가 가져올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총 2만4천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8만8천400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9천355대), 폭스바겐그룹(3만3천846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또한 SNE리서치에 따르며 올해 5월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LG화학이 24.2%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삼성SDI 4위(6.4%)와 SK이노베이션 7위(4.1%) 등 국내 3사가 모두 '톱10'에 포함됐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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