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손에 꼽아요. 정부·지자체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망원시장에서 만난 A 식료품점 주인 이진영(44·가명·여) 씨는 "지난 주말에 비해 손님이 몇 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 보람있다"고 덧붙였다.
◆활기 찾은 망원시장…상인·소비자 얼굴에 돌아온 '미소'
이날 찾은 망원시장은 입구에서부터 최근 몇 달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시장 옆에 자리잡은 공영주차장에는 오랜만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주차까지 2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오가는 사람들로 가득차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울 만큼 북적였다. 정부 재난지원금이 분명히 '시장 활성화'를 불러오는 효과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닭강정, 분식 등 시장 맛집으로 알려진 가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에서부터, 가게 안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기다리는 수 명 단위의 일행도 눈에 띄었다. 특히 몇몇 방송 프로그램 및 SNS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한 분식집 앞에는 15명 정도 되는 손님이 줄을 서 바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소비자 대부분은 재난지원금으로 쇼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 시장 상인들은 익숙한 모습으로 상품권 및 카드로 결제를 원활히 진행했으며, 기자가 직접 식료품 및 음식을 구매해 본 결과 일각에서 지적됐던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없었다.
이 씨는 "돈에 이름표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우리는 신용카드 결제가와 현금 결제 가격을 이전부터 동일하게 받고 있었어서 별 차이가 없다"며 "시장에 있는 다른 가게들도 대부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던 만큼 방역 관리도 최선을 다해 지켜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시장 곳곳에 손 세정제가 놓인 테이블이 비치돼 있었고, 상인들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 시장 안을 오가는 소비자 대부분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다만,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보니 적정 간격을 유지하는 모습은 다소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진철 망원시장 상인회장은 "많은 손님이 오가는 상황상 수시 방역을 진행하기는 어렵지만 영업시간 전후로 전체 방역을 실시하고, 손 세정제 등 방역용품을 일정 거리마다 비치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있다"며 "상인들이 제도 시행 초기부터 재난지원금 사용 방법 등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었던 만큼 웃돈 문제 등도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시장에 활기가 돌아오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정리돼 시장의 활기가 이어지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근 점포 매출도 '쑥쑥'…일각에서는 '신청·사용법 혼란' 지적도
망원시장의 호황은 시장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카페·편의점·안경점 등 소상공인 점포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 이날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사잇길에 자리잡고 있는 B 편의점에는 많은 소비자가 드나들고 있었으며, 인근의 한 카페에도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이들이 북적였다.
재난지원금에 대한 호의적 반응도 이어졌다. 월드컵시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주부 김지민(37·여) 씨는 "지원금이 들어온 이후 고기라도 한 번 더 사먹고, 휴지나 샴푸 같이 비축해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상품들을 보다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로 회사에서 무급휴직을 진행해 빠듯한 상황이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신청 및 사용 방법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들로부터의 불만도 이어졌다. 특히 인터넷 등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정보적 약자'인 노년층 일부는 재난지원금 신청 방법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본인이 스마트폰 등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망원시장에서 만난 소비자 최성열(71·남) 씨는 "타지에 사는 아이들이 뭐라고 설명을 해 주긴 했는데, 잘 이해가 돼지 않아 내일 은행에 가서 신청법을 물어볼 생각"이라며 "I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재난지원금을 쉽게 신청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사용 방법이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거주지의 행정구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형마트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제한사항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대다수를 이뤘다. 특히 이케아·샤넬 등 외국계 점포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소비자 최진수(33·직장인·남) 씨는 "홈플러스에서 생필품을 살 수 없는 재난지원금으로 샤넬 백을 사는 데 보탤 수 있다는 건 모순적인 일"이라며 "재난지원금 사용처는 지원을 받은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상공인으로 이분화해 구매처를 제한하기보다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카드와 같이 술·담배 등을 못 사게 하는 게 원래 취지에 맞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효과는 있겠지만 단기부양책…실질적 지원·방역 등 철저히 해야"
업계는 이번 재난지원금 지원이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는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취지에 반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소비자가 있다 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가 최종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까지의 '완충재'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 부양책'일 것으로 내다봤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 등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책 마련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이 지원책 마련까지의 '골든 타임'을 마련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시기와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가 맞물려 한 순간에 많은 소비자가 쇼핑을 하러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2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임금 삭감 등으로 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았던 만큼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은 분명 소비심리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단기 부양책으로 한정될 것이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이 더욱 많은 국민에게 지급되면 거리에 나오는 사람들도 그 만큼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며 "생활 속 거리 두기 등 방역 지침을 더욱 철저히 지키도록 교육·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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