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등 빅3 라면업체들이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국내 라면 판매가 늘었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라면 사재기 현상이 벌어진 덕분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이 1분기 동안 모두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업계 1위 농심은 올해 1분기 동안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여파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짜파구리' 열풍이 불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로 농심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천8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늘었다. 영업이익은 636억 원으로 무려 101.1% 성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1분기 매출 성장의 주 요인은 짜파구리 열풍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라면소비 증가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지난 2월 9일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로 '짜파구리' 인기가 번지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이 급증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된 데에는 주력사업인 라면 매출이 늘어난 게 주효했다"며 "라면 수요가 급증해 공장가동률과 생산효율성이 높아졌고 이에 따른 고정비 감소효과가 나타나면서 이익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까지 라면을 찾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라면 소비가 늘어난 것도 한 몫 했다. 이에 농심은 미국과 중국 현지 공장을 풀가동하는 동시에 수출 물량을 대폭 늘려 수요에 대처했다. 또 해외법인별 지속적인 영업과 유통망 확장을 바탕으로, 1 분기 해외법인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한 1천677억 원을 기록했다. 농심의 1 분기 국내법인 매출(수출포함) 역시 5천19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2% 성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구리 열풍에서 시작된 한국 라면의 인기가 전 세계로 번졌다"며 "이후 코로나19 가 해외로 확산되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 라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국내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집콕족'의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라면 매출이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마트,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서의 시식과 프로모션 활동이 제한되면서 전반적인 판촉 비용도 줄어들었다.
농심 관계자는 "2분기 들어 유럽, 미국 등 해외시장의 라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라며 "수출을 확대하고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 수요에 적극 대처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2위인 오뚜기도 '코로나19' 덕분에 국내외에서 고루 선전하며 1분기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연결기준 매출은 6천4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었고, 영업이익은 572억 원으로 8.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499억 원으로 59.9%나 올랐다.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상승한 5천896억 원을 기록했고, 해외 매출은 558억 원으로 14.1% 늘었다. 부문별로는 외식 시장 침체 영향으로 양념소스류 매출이 주춤했던 것만 제외하면 전 분야가 고르게 성장했다. 이 중 라면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라면 매출에선 선전했지만 '코로나19'로 외식 시장이 축소되면서 양념소스 제품들의 판매는 줄었다"며 "사업부문별로 실적 희비가 엇갈린 모습"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신화를 이번 분기에도 이어갔다.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9% 늘어난 1천563억 원, 영업이익은 73% 상승한 266억 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라면 매출은 15% 증가한 790억 원을 기록했고, 해외 라면 매출은 773억 원으로 49% 늘었다. 해외에선 각국의 외출제한 조치로 실수요가 증가했고 물류 차질 등으로 제품 공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해외 거래선들이 주문량을 확대했던 것이 매출 상승에 영향을 줬다. 이에 한국 라면 수출에서 삼양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3%에서 올해 1분기 49%로 확대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향후 해외에서 안정적인 판매망 구축과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할 것"이라며 "국내에선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 SNS 마케팅 강화 및 불닭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추진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라면업체들은 이 같은 호실적에 대해 '일시적인 특수'로 보고 마냥 웃지는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보다 집에서 밥 먹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라면업계가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면서도 "외부 요인으로 인해 라면뿐만 아니라 여러 먹거리, 생필품 등의 소비재 기업들이 단기적인 호실적을 냈기 때문에 이 같은 분위기가 꾸준히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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