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흥국생명 부회장으로 컴백하는 '깜짝 행보'를 보이자 금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리딩뱅크인 신한은행의 행장을 맡았고 신한금융지주 회장에도 두번이나 도전했던 거물이 전문 분야도 아닌 중소형 보험사의 부회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방면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진 위성호 부회장 선임을 통해 태광그룹의 골칫거리인 오너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인사라는 시선도 있다.
위 부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지주 부사장과 신한카드 사장 등을 지냈다. 이후 신한은행장을 맡았고, 지난해 3월 자리에서 물러난 후 1년 임기의 고문직을 지냈다.
은행권 출신 거물이 중소형 보험사 경영 자문을 맡자 업계에서는 쇼킹하다는 반응이다. 위 부회장이 '신한맨' 35년 생활 동안 신한카드 사장, 신한은행장 등 카드와 은행권에서만 일을 해왔고, 보험업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흥국생명의 부회장 직위 자체도 이번에 처음 생긴 자리다.
이를 두고 태광그룹이 그간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위 부회장 영입을 통해 향후 금융 계열사의 체질 개선을 모색하려는 의지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의 금융 계열사다. 그룹의 금융계열사로는 흥국생명과 흥국화재·흥국증권·흥국자산운용·고려저축은행·예가라저축은행 등이 있다.
실제로 위 부회장은 그간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이끌며 이를 모두 업계 1위로 만들어낸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신한카드 사장을 지낼 당시 디지털회사로의 전환에 앞장섰고, 신한은행장 때도 통합 모바일 플랫폼인 '신한 쏠(Sol)' 출시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흥국생명이 없던 부회장 자리까지 만들어 거물을 영입한 배경에는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직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위 부회장 영입을 통해 오너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차명주식 공시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지난해 4월 이 전 회장은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차명주식 중 일부를 실명전환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금융당국에 자진신고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선 결과 정기보고서상 최대주주의 주식현황에 차명주식을 누락하거나 명의주주 소유로 거짓 기재한 혐의를 적발했다.
이에 앞서 이 전 회장은 400억원대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상고심 재판만 3차례 받는 등 8년5개월여의 재판 끝에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고, 조세포탈 혐의로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6억원이 확정된 상태다.
또한 지난달 태광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와 금융정의연대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총 21건 위반으로 20회에 달하는 제재를 받았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위반을 한 LG그룹(7회)의 3배에 달하는 수치며, 태광그룹은 총수가 고발된 집단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계가 깜짝 놀랄 정도의 인사였지만 위 부회장은 정관계 여러 방면에 걸쳐 강력한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다"며 "대외 명분용으로 흥국생명에 자리를 주고 금융계열사 전체를 서포트하는 역할도 수행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가장 시급한 오너리스크를 해결하는데 위 부회장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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