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매각 수순에 돌입한 '이커머스 리더' 이베이코리아가 15년 연속 흑자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몸값이 비싸다는 지적을 받은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수수료 기준 매출 1조954억 원, 영업이익 615억 원을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 올랐고, 영업이익은 27% 늘어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또 자체 추산 거래액은 18조 원 규모에 달했다.
특히 수수료 기준 매출은 업계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했다. 직매입 금액이 매출로 잡히는 형식이 아닌, 입점 업체들이 지불하는 수수료로 매출을 산정하는 오픈마켓 형태로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호실적은 결제·배송·멤버십·할인행사 등 쇼핑 경험 전 영역을 포괄하는 이베이코리아 특유의 '스마일' 시스템이 이끌었다. 실제 멤버십 프로그램인 '스마일 클럽'은 유료회원 200만 명을 확보하며 충성고객 증가를 불러왔으며, 오픈마켓형 물류배송 시스템 '스마일 배송'의 가동은 물류 부대비용 효율화로 이어지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매각 걸림돌 '수익성 하락' 해결…청신호 밝힐까
업계는 이 같은 이베이코리아의 호실적이 '매각 청신호'로 이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이베이코리아는 연초 이후 현재까지 5조 원 규모의 매각설에 휩싸여 있다.
당시 이베이코리아 측은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2017~2018년 2년 연속으로 그 동안 하지 않던 본사 배당을 진행함과 함께 지난해에는 유한회사로 전환하며 매각설에 힘을 실었다. 통상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공시 의무에서 자유로워 실적, 배당 등을 숨길 수 있어 매각 금액을 높이는 데 전략적 활용가치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5조 원으로 추정되는 매각 금액을 문제삼아 회의론도 제기됐다.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 G마켓, 옥션 등을 앞세워 업계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수 년 동안 쿠팡 등 경쟁사가 고속 성장을 이룬 것에 비해 매출 성장이 정체되고 영업이익률도 지속 하락하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관점에서다.
실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5~2018년 기간 동안 매출이 7천994억 원에서 9천811억 원으로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801억 원에서 486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경쟁사들이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 적자도 불사하는 투자를 이어간 것에 반해, 오픈마켓을 통한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을 구사한 결과다.
또 아마존·알리바바 등 선두 업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미국·중국 이커머스 시장과 달리 다양한 회사가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성에는 명확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같은 매각설 이후 상황을 고려해 보면, 굳이 실적을 공시할 필요가 없는 유한회사임에도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것이 M&A 시장에서 받아온 지적에 대한 이베이코리아의 대답이자 자신감으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이 지속 하락해 매각 가격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이베이가 실제 매각 의도가 있다면 이베이코리아 실적 공개는 시장의 지적에 대한 대답이자, 매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알리바바 인수설 '모락모락'…일각에서는 매각 회의론도
반면 일각에서는 이베이의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후보로는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이 1순위로 꼽힌다. 특히 이들이 최근 사업 중심을 급격하게 온라인으로 옮기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사모펀드로의 매각 예상도 이어지고 있으며, 막대한 사용자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계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에는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등 해외 이커머스 기업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국내 시장 진출 초석으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으로부터 제기됐다.
다만 이들 후보군 모두 인수전에 참전하지 않을 이유 또한 명확하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미 '롯데온, 쓱닷컴' 등 자체 플랫폼을 갖춰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해 나가고 있으며, 카카오와 네이버도 이미 유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굳이 거액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 해외 이커머스로의 인수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단기간에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매물을 대상으로 M&A를 진행하는 사모펀드나 신규 시장 개척이 필요한 해외 이커머스 공룡들이 경쟁 과열 상태인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는 관측이다.
이베이가 이베이코리아를 굳이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베이 본사 지분을 확보한 후 항목별 사업 분산, 자회사 매각·분사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흑자를 내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정리 대상 항목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리라는 전망이다.
또 이베이코리아의 유한회사 전환 및 배당도 매각과 무관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본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베이코리아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을 필요가 있어 배당을 진행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법인의 수익성 하락이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유한회사 전환을 결정한 것이라는 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이 인수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도 명확하며, 이베이코리아의 경영상 움직임도 미국 본사 사정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매각이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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