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두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위기의 근원지로 꼽히는 두산건설이 주목을 받는다. 그룹 차원에서 조단위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두산건설이 결국 그룹에 독(毒)이 됐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1960년 오비맥주가 출자해 세운 동산토건을 모태로 한다. 오비맥주에서 공장 개보수와 상하수 시설을 관리하던 영선과가 독립해 별도의 회사로 탄생했다. 1993년 두산건설로 사명을 바꿨고, 2000년대까지는 두산그룹에서 나름 효자 노릇을 하던 계열사였다.
두산건설의 악몽은 2009년 시작됐다. ‘일산 두산위브 더 제니스’과 착공과 함께 분양을 시작했지만 2013년 완공 이후에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2011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그룹의 지원으로 연명해왔다.
두산건설 모기업인 두산중공업도 두산건설에 돈을 쏟아 부어야 했다. 민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메카텍을 두산건설에 출자 7천억원 ▲2013년 배열회수보일러 사업 두산건설에 현물출자 5천700억원 ▲두산건설 3차례 유상증자 참여 8천억원 등 최근 10년간 두산건설에 2조원가량을 지원했다.
당시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두산그룹은 밥캣 인수 이후 재무상태가 악화돼 이자비용을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었다. ㈜두산과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살리기 위해 투입한 비용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면 부채를 모두 갚고도 남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변을 비롯해 민주노총·전국금속노조·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두산건설의 무리한 사업으로 인해 발생한 부실이 계속될 것이 명백함에도 합리적 근거 없이 지원을 결정한 두산중공업 및 이사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경영진을 고발했다.
또한 두산중공업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간 채무보증 금지를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도 했다. 이들은 “두산건설은 2013년부터 두산중공업의 보증한도를 이용해 2019년말 기준 1천574만 달러에 달하는 금융기관 보증을 제공받았다”며 “이는 두산중공업이 직접 두산건설에 제공한 지급보증으로, 공정거래법 제10조의2가 금지하는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 간 지급보증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금지해 그룹 내 부실위험의 전이를 방지하고 있다”며 “두산그룹 계열회사들은 부실이 지속된 두산건설에 지급보증, 자금지원 등을 계속해오다가 최근에는 두산중공업마저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만큼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길홍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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