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그룹이 이번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그동안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지원하는 만큼, 강도높은 자구안 마련을 요구해왔다. 시장에서는 신수종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솔루스 매각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르면 이번주 말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한다. 두산중공업은 세계 발전시장 침체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의 영향으로 경영난에 빠지면서 채권단에 긴급 운영자금을 요청했다. 이에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은 1조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4조9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4조2천억원이다. 이달 만기의 외화공모사채 5천790억원은 지급보증을 섰던 수출입은행의 대출전환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여기에 오는 5월 4천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상환해야 한다. 지난 2017년5월에 발행한 해당 사채는 발행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조기상환이 가능한 데, 채권자 대부분이 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자체 보유현금(3천460억원) 등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올해 5월말 만기의 사모사채 100억원, 외화사모사채 430억원, 6월 만기의 400억원, 올해 9월 만기의 공모사채 500억원을 비롯해 올해부터 상환의무가 발생하는 원외화 장기차입금 5천억원도 상환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1조원을 통해 갚을 계획이다.
문제는 이렇게 다 갚고도 여전히 2조원 이상이 남는다는 것이다.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채권단은 자금지원 조건으로 ▲두산 오너가 사재출연 ▲그룹 계열사 매각 등을 포함한 강도높은 자구안 마련을 요구해왔다.
시장에서는 (주)두산 자회사인 두산솔루스 매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두산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두산솔루스의 지분 44.6%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이 오너일가의 지분매각 자금을 바탕으로 사재출연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두산 보유 지분 16.8%를 포함하면 최대 6천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
두산솔루스는 배터리 음극재 재료인 전지박(동박)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제조하는 회사다. 지난해 (주)두산은 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분할해 상장시켰다. 두산솔루스는 현재 헝가리에 연간 5만톤 규모의 전지박(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아울러 채권단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안도 염두에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두산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를 분할 후 (주)두산이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져 있다.
두산중공업을 분할한 뒤 후 합병을 한다면 큰 실탄 없이도 재무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다. (주)두산은 두산중공업 투자부문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밥캣을 지배한다. 두산중공업 아래에는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만 남는다. 두산그룹의 부실계열사를 정리해 채권단으로부터 안정적인 자금확보도 가능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오너 일가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들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두산솔루스를 손볼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언론에서 거론되는 방안들은 모두 시나리오일 뿐 확정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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