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그룹이 (주)두산에서 분리시킨 두산솔루스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각을 통해 이달 말 만기의 외화공모사채 5천790억원을 대출전환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2조원의 차입금이 남아 있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1%를 국내 중견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 넘기는 것을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레이크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사모펀드다.
두산솔루스는 배터리 음극재 재료인 전지박(동박)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제조하는 회사다. 지난해 (주)두산은 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를 분할해 상장시켰다. 두산솔루스는 현재 헝가리에 연간 5만톤 규모의 전지박(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 중이다.
두산솔루스는 ㈜두산(17%)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44%)이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솔루션에 대한 가치는 1조원 중반대로 평가됐으며 두산그룹과 스카이레이크 간의 거래금액은 6천억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두산 오너일가들이 두산솔루스 매각자금을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사재출연에 활용할 것으로 본다. 수출입은행이 이달 27일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외화채권 5억달러(약 6천억원)의 대출 전환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자산 매각 등을 통한 현금 확보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이 성사돼 현금을 확보하면 수은으로부터 외화채권을 대출로 전환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여전히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를 푸는데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이렇게 하더라도 올해 만기의 대금상환이 불가능한 차입금이 여전히 2조원을 넘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4조9천억원 가운데 올해 만기로 돌아오는 차입금은 4조2천억원이다. 두산솔루스 매각자금을 통한 수은의 대출전환 6천억원, 자체보유현금 4천억원,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 1조원 등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채권단은 추가적인 자산매각과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안도 염두에 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두산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를 분할 후 (주)두산이 투자회사를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주)두산은 두산중공업 투자부문을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밥캣을 지배하고 두산중공업 아래에는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만 남는다. (주)두산은 두산중공업을 분할한 뒤 후 합병을 한다면 큰 실탄 없이도 재무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부실계열사를 정리한 만큼 추가 재원확보도 가능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의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오너 일가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들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두산솔루스 매각을 추진한 것"이라며 "두산솔루스 매각은 겨우 6천억원의 채권을 대출로 전환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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