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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질주' KT&G, 회계처리 논란에 다시 발목 잡히나


금감원, KT&G에 회계논란 중징계 통보…"상장폐지, 희박할 듯"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글로벌 1위 필립모리스와 손잡고, 2조 원 규모의 중동 판매권 재계약을 따내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던 KT&G가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 속앓이를 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KT&G가 2011년 2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인도 '트리삭티'와 관련된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 내고, 지난달 KT&G에 검찰 통보 및 임원 해임권고 등의 중징계 내용을 담은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17년 11월 KT&G 감리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8~10월에 KT&G 소속 임원들을, 같은 해 11월에는 백복인 KT&G 사장을 소환조사한 바 있다.

KT&G는 백 사장의 혐의에 대한 부분에 감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진=KT&G]
KT&G는 백 사장의 혐의에 대한 부분에 감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진=KT&G]

◆분식회계 혐의 쟁점 '이면계약'…KT&G "당시 기준상 문제없어"

금감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KT&G가 지속적으로 받아온 2011년 트리삭티 인수 과정에서의 분식회계 혐의다. 당시 KT&G는 트리삭티 경영권을 보유한 싱가포르의 특수목적법인(SPC) '렌졸룩'을 인수해 트리삭티의 지분을 보유했다. 또 트리삭티가 매년 순손실을 내는 상황에도 거액의 투자를 지속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KT&G가 트리삭티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없는데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고의적 회계기준처리 위반을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현행 K-IFRS(한국국제회계기준)는 지분율이나 이사회 구성 등을 감안해 종속회사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며, 이에 따르면 지분 보유가 50%를 넘더라도 무조건 종속회사로 포함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2011년 당시 적용되던 K-IFRS에 따라 지분율을 기준으로 종속회사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KT&G가 트리삭티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의적 분식회계를 한 것이 아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KT&G가 트리삭티 구주주와의 이면계약을 통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지 못했던 만큼,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KT&G가 예상하지 못한 '사장발 악재'에 직면했다.
KT&G가 예상하지 못한 '사장발 악재'에 직면했다.

KT&G는 2015년 말 트리삭티 지분 49%를 보유한 현지인 주주가 '트리삭티 잔여지분을 556억 원에 매입하지 않을 시 법적 권리를 통해 담배 공장 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공문을 발송한 후 2017년 잔여 지분을 562억 원에 매입한 바 있다. 별도의 이면계약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정황을 통해 KT&G가 트리삭티의 지분 50%를 넘겼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 지배력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제 KT&G의 연결감사보고서 등 공시 내용에도 이 같은 구주주와의 계약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KT&G의 반론이 정당성을 갖추려면 구주주와의 이면계약 내용과 제한사항 등을 모두 감사인에게 제시하고, 감사인이 동의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며 "계약서 제시 없이 취득 관련 제반 증빙만 제시해 취득 지분율만을 주장해서 연결했다면 분식회계 혐의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알로코자이 충당부채도 문제"…정치적 판단?

금감원은 이 같은 분식회계 혐의 외에도 KT&G가 중동 거래업체인 알로코자이와의 계약에 관련한 충당부채를 과소 계상한 것도 회계처리 위반 사유로 제시했다. 다만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백 사장에 대한 '정치적 회계 감리'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백 사장은 지난 2018년 연임 시도 당시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의 연임 반대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기업은행은 백 사장이 이번에 논란이 된 분식회계 의혹을 사고 있는 것과 함께, 단 이틀 동안 사장 공모를 받아 사실상 '셀프 연임'을 시도했다는 이유에서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이후 KT&G 이사회는 사장 후보 추천이 내부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이뤄졌으며, 금감원의 혐의 입증도 아직 끝나지 않아 연임에 문제가 없다고 반발했다. 결국 백 사장은 최종 표결을 통해 연임이 결정됐다.

백 사장이 지난 1월 필립모리스와의 유통 계약을 체결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백 사장이 지난 1월 필립모리스와의 유통 계약을 체결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백 사장과 정부의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된 탓에, 일각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판단을 두고 백 사장에 대한 금감원의 '표적 감리'라고 지적했다. 또 KT&G의 상장폐지도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로코자이와 KT&G는 지속적으로 거래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충당부채는 미래에 충분히 회수될 수 있는 항목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며 "금감원이 제시한 혐의에 대한 근거가 모두 명백하지는 않은 만큼, 별도의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는 근거가 충분히 있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일 혐의가 확정된다 하더라도 총 위반금액은 2천억 원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것이 KT&의 전체 자본총계의 2.5%가 되지 않는 금액인 만큼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폐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G는 현재 금감원 감리가 진행 중인 만큼 별도의 반론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회사의 소명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KT&G 관계자는 "지금까지 금감원의 감리 절차 진행 과정에서 충실히 소명해 왔다"며 "향후 후속 절차에서 회사의 소명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공채 출신 최초 CEO' 백복인, 취임 후 최대 위기 맞아

업계는 금감원 징계가 현실화될 경우 백 사장이 주도해 온 KT&G의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모습이다.

백 사장은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 출신으로 첫 CEO에 오른 '샐러리맨 신화'다. 터키법인장, 마케팅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11년에는 취임 후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3.2% 성장시키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5년 사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이 같은 활약은 이어졌다. 업계 후발주자였던 '릴'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안착시키고 일반담배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등 실적 개선을 이어갔으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 KT&G를 전 세계에 담배를 수출하는 '글로벌 톱 5' 담배 제조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업계 1위인 필립모리스와 손잡고 '릴'의 글로벌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또 알로코자이와도 2조 원이 넘는 판매권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연내 100개 국 이상에 담배를 수출함과 동시에 '글로벌 톱 4' 담배 제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처럼 백 사장이 KT&G의 국내외 성장의 중심에 서 있는 만큼, 업계에선 이번 금감원 징계를 통해 해임 등이 결정될 경우 KT&G의 글로벌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 사장은 지금까지 KT&G의 성장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로, 논란 속에서도 연임에 성공한 이유도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금감원 제재로 인해 백 사장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KT&G의 성장에도 어떤 식으로든 제동이 걸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의 KT&G 감리 조치안은 이달 중 금융위원회 산하 전문 회계기구인 감리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재 수위가 최종 확정되며, 검찰 통보 등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회계기준 위반 금액에 따라 주식거래 정지 및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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