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KDB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푸르덴셜생명과 더케이손해보험이 인수 수순을 밟고 있는 반면 KDB생명은 차가운 무관심에 10년 가까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다급해진 산업은행이 눈높이를 대폭 낮춰 헐값에 KDB생명을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산은의 KDB생명 매각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구 금호생명)을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6500억원에 인수한 뒤 2014~2016년 세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가격 문제로 모두 실패한 바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번에는 반드시 KDB생명을 매각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내며 지난해 9월 매각 공고를 낸 뒤 올해 초 종료를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시장의 무관심 속에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산은이 희망하는 가격과 시장가격의 괴리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은은 그간 KDB생명에 투자한 금액 등을 고려해 6천억원 가량을 매각가로 기대한 반면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는 2천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KDB생명이 영업력이 약하고 향후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하기에 인수할 만한 매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KDB생명의 지역여력비율은 232.7%로 생명보험 업계 평균(296.1%)을 밑돈다. 향후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인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알짜'로 알려진 푸르덴셜생명이 함께 매물시장에 나오면서 KDB생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밀려났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9월 기준 자산 약 20조원(업계 11위) 규모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505%에 육박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며 예비입찰에 KB금융그룹과 국내 1~3위 사모펀드(PEF)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악재도 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이 KDB생명 지분을 보유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금융지주사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금융당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지주사가 아닌 형태로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0년이기 때문이다. KDB생명의 유예기간은 이번 달 까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이 부분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 중이다"라며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울며 겨자먹기로 KDB생명을 헐값에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 시장가격에 맞출 수 있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산은이 투자금 회수는 포기했다고 봐야 하며, 남은 것은 어느 정도 금액이어야 명분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일 것이다"라며 "빨리 매각을 성사시켜야 추가적인 자본 투입을 하지 않을 수 있기에 산은이 여러모로 골치가 아플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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