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그룹이 신사업 부문에 '올인'한다. 두산의 신성장 사업인 전지박 사업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총 투입, 전지박 공장 증설에 나선 것이다. 202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퀀텀점프'가 예상되면서 소재사업에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두산그룹은 이달만 두산건설 상장 폐지, ㈜두산 계열사 두산메카텍을 두산중공업으로 이전 등 지배구조를 대폭 개편하고 있다. 부실 계열사인 두산건설 발(發) 유동성 위기가 그룹으로 번지면서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산솔루스→두산코퍼레이션유럽→두산에너지솔루션으로 자본이전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솔루스는 최근 유럽 전지박 공장 증설을 위해 헝가리 자회사 두산코퍼레이션유럽(DCE)에 245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DCE는 해당 자금을 전지박 제조업을 영위하는 종속회사 두산에너지솔루션(DE)에 출자한다.
DCE는 지난 19일에도 DE에 488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유럽 전지박 공장 증설에만 총 733억원을 투입한 셈이다. 특히 투자규모가 두산솔루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등이 포함된 당좌자산(분할계획서상 374억원)을 초과하면서 사실상 유럽 전지박 사업에 '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두산솔루스는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1만톤 규모의 헝가리 전지박 공장을 짓고 있으며 50% 이상 수요처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5만톤 규모의 생산공장 추가 증설을 통해 전지박 매출 1조원 달성이라는 계획을 수립했다.
앞서 두산은 지난 2014년 룩셈부르크 전지박 제조사인 서킷포일(Circuit Foil)을 인수해 전지박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전지박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제조하는데 핵심 소재다. 음극재의 지지체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머리카락 두께의 15분의1 수준의 얇은 구리호일로 제조된다.
두산이 전지박 사업에 올인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전지박 수요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는 전지박 수요를 지난해 7만5천톤 규모에서 2025년 97만5천톤으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에 납품 가능성도 있다.
◆체질 개선 나선 두산…두산건설·메카텍 두산重으로
여기에 더해 두산그룹은 현재 빠른 속도로 사업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두산건설 지분을 100%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전환하고 두산건설을 상장폐지키로 했다. 두산건설 매각설을 잠재우고 두산중공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두산중공업은 내년 3월께 두산건설이 소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을 일괄 매입한다.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은 주주 단일화로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두 회사간 시너지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장 유지를 위한 비용과 업무를 축소시킬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최근 두산메카텍 지분도 100% 취득해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발 유동성 위기를 겪자 ㈜두산이 자회사 두산메카텍 지분 100%를 두산중공업에 현물출자한 것이다. 두산메카텍은 정유, 가스, 석유화학플랜트 등의 장치를 생산한다.
재계에서는 위기 때마다 나오는 두산의 체질개선 DNA가 본격화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두산은 외환위기 전인 지난 1995년부터 OB맥주, 처음처럼 등 핵심사업이던 유통부문을 매각하고 한국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등을 인수해 중공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대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의 계속된 부진에 이어 캐시카우로 불렸던 두산밥캣, 인프라코어마저 실적부진으로 돌아서면서 그룹 내에서는 위기감이 상당하다"며 "두산은 위기 때마다 대대적인 체질개선으로 돌파했듯, 두산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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