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심사에 착수했다. EU는 '조선 빅딜'에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주요 해운 선사들 상당수가 EU에 속해 있다 보니 엄격한 경쟁법을 갖춘 데다 최근 EU집행위원회의 기업결합 불승인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12일(현지시각)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EU의 공정위원회인 집행위원회에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EU의 기업결합심사는 일반심사(1단계)와 심층심사(2단계)로 구분된다. EU집행위는 다음달 17일을 1차 심사 마감일로 정했다.
만일 EU집행위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따른 독과점 피해가 크다고 판단할 경우 심층심사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지난 30년간 접수된 기업결합심사 신청 7천311건 중 6천785건, 즉 92.8%가 일반심사에서 승인돼 왔지만, 최근 들어 심층심사와 합병 불승인 건수가 많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EU집행위는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국영 크루즈 조선사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소 합병에 대한 심층심사를 개시했다. 핀칸티에리(31.73%)와 아틀란틱(26.14%)의 크루즈 시장점유율이 55%를 넘어간다는 점에 주목하며 독과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집행위는 2월에도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에 독점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양사는 철도사업 부문의 일부 자산 매각 조건까지 내걸었지만, EU집행위는 기업합병을 불승인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반발하며 EU 반독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7월 한국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처음 제출했고 이어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순으로 제출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해외 경쟁 당국 중 처음으로 합병 승인을 받았다. 일본에는 현재 신청서 제출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경쟁당국 단 한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무산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모든 심사는 각 경쟁당국의 기준에 맞춰 잘 진행되고 있다"며 "남은 국가들도 문제없이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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