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해외 사업자의 공세로 인해 국내 방송 미디어 시장이 위기에 봉착했으나 지금이라도 이에 따른 정부와 민간의 총체적 전략 수립을 통한 기회가 남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의 OTT 진흥법 신설과 콘텐츠 중심의 시장 구도재편, 유료방송과의 상생을 통해 외압에도 K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김성진)는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사장 마티나 청)와 공동 주최로 7일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국내 방송통신 시장 전망을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김성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OTT가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우리와 같은 케이블TV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케이블은 여전히 그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컨퍼런스는 제시카 훅 S&P 애널리스트, 토마스 앳킨스 S&P 애널리스트,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이 국내외 방송통신시장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종합토론은 최양수 연세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곽동균 KISDI 연구위원,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 공격적 해외 OTT 사업자도 수익전망은 불분명
이 자리에서는 해외 OTT 사업자들의 공세에 따른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위기와 우려점에 대해서 다소 암울한 분석들이 오고 갔으나 이와 달리 아직까지 국내 대응을 위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내는데도 집중했다.
제시카 퍽 애널리스트는 "OTT가 큰 위협이고 OTT가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기도 하지만, 돈을 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아니다"라며, "넷플릭스도 항상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하거나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미국의 디즈니 플러스가 버라이즌 가입자에 1년 무료 제공하거나 애플이 애플TV에 자신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구매하면 1년 무료 사용권을 주면서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고는 있으나 그에 따른 수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제시카 퍽 애널리스트는 홍콩의 사례를 들어 보다 자세히 설명했다. 홍콩의 경우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투자 재원이 많은 상태에서 OTT 사업자인 이코가 진입한 바 있다. 미국과 홍콩, 해외 프로그램을 수주해 채우는 한편 홍콩의 IPTV 사업자인 나우TV로부터 2배 가까운 라이선스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프리미어 리그 독점권을 확보하기도 했다는 것. 낮은 요금제와 무상 OTT박스를 제공하며 공격적으로 나섰던 이코는 결국 재정난에 의해 부도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프리미어 리그 독점권은 다시 나우TV에 넘어갔다. OTT의 위협이 위협으로만 끝날 수 있다는 단적이 사례다.
곽동균 연구위원은 "넷플릭스가 국내서 100만 가입자를 모집하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는 12일 글로벌 론칭되는 디즈니 플러스나 지난 1일 배포된 애플TV로 인해 넷플릭스의 가입자 저변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도출됐다.
토마스 앳킨스 애널리스트는 "디즈니 플러스가 위협적인 것은 초기 콘텐츠와 요금제로 인한 것이지만 넷플릭스는 가입자 기반이 크게 잠식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는 모멘텀은 없다"고 말했다.
제시카 퍽과 토마스 앳킨스 애널리스트는 OTT가 아직 수익을 못내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사업자들과의 협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K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독자 또는 제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재무적 부분에 있어서도 중요한 대목이라고 지목했다.
제시카 퍽 애널리스트는 "향후에도 유료방송 산업은 선전할 것"이라며, "유럽에서도 플랫폼과 플랫폼의 결합 등으로 새로운 부가서비스와 여러 변화들을 도입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천혜선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플랫폼별로 차별화된 역할을 부여하는 정책을 펼쳤으나 매체별 성장이 고르게 이뤄지지 못했다"라며, "정책적 실패가 있었고,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꼬집었다.
◆ OTT 콘텐츠 중심의 통신사 케이블의 선순환 연합 필요
다만 우리나라의 유료방송과 OTT의 생존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OTT의 규제보다는 진흥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권오상 센터장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나뉘어 있어 OTT를 어느 관할에 넣어야 할지 가정하는 것 같지만 OTT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 진흥해야 할 대상이다"라며, "규제법과 진흥법은 출발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방송법이나 IPTV법에 들어가게 되는 순간 진입장벽이 생긴다. OTT만을 위한 별도 진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준호 교수 역시 "OTT 서비스 사업자의 법적 지위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 개정 통해 지위를 부과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규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보다는 단계적 접근을 통해 풀어야 하고, 현실적으로는 규제보다 진흥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 시장에서는 콘텐츠 중심의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인수합병(M&A)으로 인해 통신3사 중심의 유료방송 시장 재편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관 연구위원은 "플랫폼이 커졌다는 것은 가입자 자산이 늘어났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어떤 식으로 관계를 가져갈 것인가가 중요해진다"라며, "내년에는 플랫폼과 콘텐츠, 콘텐츠와 콘텐츠 간의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마스 앳킨스 애널리스트도 "거대 OTT 사업자들에 의해 미국이나 해외에서도 대형 콘텐츠 소비를 견디지 못하면 소형 서비스들은 많이 통폐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콘텐츠 분화 양상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음원시장에서도 음원사들이 베타적으로 음원을 제공하다 소리바다나 멜론, 벅스에게 망했다"라며, "분명 유료방송과 OTT 시장에서 콘텐츠 중심의 시장 구조 재편이 일어날 것이고 콘텐츠 분화로 이어질 것인데, 문제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데 있어 모순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료방송이 콘텐츠를 재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즉, 통신3사와 케이블간의 OTT 중심의 콘텐츠 활성화와 더불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의 선순환 구조를 고민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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