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대형사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점을 활용한 기동성과 철저한 이익추구 전략으로 장기인보험 시장 공략에 성공한 점은 인정합니다. 어찌 보면 혁신 기업이에요. 하지만 성장한 만큼 가져야 할 상도덕과 도의가 아쉽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몸만 자란 어린 아이와 같다고 할까요."
보험업계 관계자들에게 메리츠화재에 대해 묻자 돌아온 답이다.
어느 사업이든 눈부신 성장 뒤에는 이면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현재 메리츠화재를 바라보는 보험업계의 시선도 그러하다. 최근 손보업계는 메리츠화재로 들썩였다. 이슈의 중심엔 늘 메리츠화재가 있었다. 김용범 부회장 취임 이후 메리츠화재는 보수적이고 철옹성과 같던 손보시장에 순위 변화를 가져오는 태풍의 눈이 됐다.
손보업계 5위권인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시장에서 부동의 1위 삼성화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9월까지 메리츠화재의 장기 인보험 신규판매액은 1240억원으로 삼성화재를 40억 차이로 추격했다. 월별로는 4개월간 메리츠화재가 삼성화재를 추월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상반기 실적 역시 타 손보사들이 부진의 늪에 빠진 와중에서도 나홀로 개선됐다.
장기인보험은 질병과 상해, 운전자보험, 실손의료보험 등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만기 5년 이상의 상품이다. 수익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어려운 업황 속에서 저마다 장기인보험 시장 공략에 나섰고, 손보업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메리츠화재가 보인 행보들이다. 무서운 성장 덕분에 메리츠화재는 동종업계에서 부러움과 시기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이로 인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업계에서는 상도덕을 잊었다는 반발이 쏟아졌다.
메리츠화재는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시책비를 책정하는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급성장시켰다. 이로 인해 타 손보사들 역시 울며겨자먹기로 시책비를 올릴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사업비 출혈경쟁을 불러와 손보사들의 재무건전성은 악화일로에 있다.
전속 설계사 숫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메리츠화재는 타사 설계사를 무리하게 빼오는 부당 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설계사 수는 손보사 입장에서는 영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올해 6월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전속 설계사는 1만947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309명에 비해 36.1%(5162명)나 급증, 손보사중 가장 많은 전속 설계사를 보유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영업에는 성공했지만 뒷처리 역시 깔끔하지 않았다. 메리츠화재는 불완전 판매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는 어떻게든 팔고보자는 영업 방식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생명-손해보험사 불완전판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2018년 불완전판매는 전년 대비 730건이나 늘었다.
철저히 이익만 추구할 뿐 손보사로서의 도의적 책임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메리츠화재가 손해율이 높은 자동차보험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타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도 불구하고 의무보험이기에 국민에 대한 보호 차원에서 상품 판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메리츠화재는 홍보를 하지 않거나 유리한 계약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를 최소화한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최근에는 메리츠화재 임원이 삼성화재를 비방하는 문자메시지를 GA 대표들에게 보낸 것이 발각된 해프닝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손보협회 회의 석상에서 사과하고 GA 대표들에게 정정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그간의 메리츠화재의 행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이다.
상도덕과 도의를 잊은 채 손보업계를 어지럽히고 망가뜨린다는 비판과, 기업인 이상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며 타 손보사들이 할 수 없는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호평 사이. 메리츠화재의 거침 없는 질주를 어떻게 봐야 할까.
허재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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