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게임에 대한 교육계의 시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가운데 게임업계 차원의 논의를 넘어 게임을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자는 취지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위원장 위정현·이하 공대위)는 지난 26일 오후 7시 서울 토즈 강남컨퍼런스점 세미나 1호실에서 '교육계에서 바라본 게임'을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위정현 위원장을 비롯해 이성원 통일부 사무관, 조상주 경동고 교감, 이승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임종윤 SBS CNBC 앵커, 서민수 대전반석고 학생 등이 참석했다.
게임이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교육 현장에 실제 종사하고 있는 교사와 당사자인 학생, 게임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등의 실질적인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다양한 패널들을 섭외했다는 게 공대위 측 설명이다.
위정현 위원장은 "기존 게임 행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바로 '우리들의 잔치'였다는 점"이라며 "게임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고 이견 없이 마무리하는 토론보다 게임을 보다 객관적,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날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게임이 좋다는 이야기만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게임이 가진 다양한 측면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현장에 참석한 패널들은 게임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개진했다. 먼저 교육적인 측면에서 게임을 활용, 전략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게임을 굳이 교육으로 풀어낼 필요가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쇼미 더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배우는 군사·경제·정치'의 저자인 이성원 사무관은 "게임은 전략적 사고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훌륭한 교육 도구"라며 "일각에서는 게임 자체를 병균처럼 보기도 하는데, 살짝 시각을 바꿔보면 교육적 효과는 누리면서도 거부감이 안드는 게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성주 교감은 "교육적 효과를 추구하는 게임들이 많지만, 학생들이 재미 그 자체만 좇다 보니 결국 교육은 사라지고 흥미만 남는다"며 "게임을 통해 교육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게임은 그저 하나의 엔터테인먼트일 뿐 교육으로 풀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이 자녀의 학업 부진에 대한 이유를 찾는 학부모들의 손쉬운 '탓할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학부모들이 무조건적으로 게임을 탓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왜 게임을 하는지에 대해 먼저 귀 기울여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승민 변호사는 "우리 사회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가 공부를 못했을 때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지만 교육의 1차적인 책임은 가정에 있다"며 "놀이 수단인 게임에 대한 인식이 여기까지 이어진 데 있어서 무언가 탓할 도구가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가 대학에서 게임을 전공하고 있다는 임종윤 앵커는 "게임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 중의 하나"라며 "미래를 규정하고 그 틀에 아이를 맞추는 게 아닌 것처럼 교육도 마찬가지로, 기성세대, 부모의 시각에서 게임을 바라볼 게 아니라 아이가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 들어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봐야 게임과몰입 문제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에 대한 가치 판단 없이 그저 게임을 게임 자체로 바라봐줬으면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민수 학생은 "함께 게임을 같이 하는 친구가 게임 스펙이 높은데 공부 역시 전교권을 다투는 걸 보면 게임과 공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인다"며 "그렇지만 학교 다니는 내내 게임에 대해서는 좋은 소리를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 학생은 "게임은 이 시대의 놀거리로 굳이 좋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며 "게임을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그저 놀거리 그 자체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게임업계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인식 개선 등을 위한 위한 게임업계의 선제적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위정현 학회장은 "여전히 국민의 절반 정도는 게임에 부정적이란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우리가 아무리 공부와 게임이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부모의 눈에는 게임이 여전히 공부의 방해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 학회장은 "이에 게임을 연구한 지난 20년을 돌이켜 보니 그동안 게임 문화 등을 좋게 만들기 위한 활동들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항상 이슈가 터지면 부랴부랴 대응하고, 이슈가 가라앉으면 소홀했던 게 그동안 게임의 역사"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를 포함한 업계가 그동안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게임 문화를 위해 밑에서부터의 논의들도 필요한 때로, 향후에도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어 게임을 다양한 각도에서 토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실제 공대위는 게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연내 3회 토크콘서트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이중 첫번째로, 10월에는 '다른 문화계에서 바라본 게임', 11월에는 '게임업계에서 바라본 게임' 토크 콘서트가 준비된다.
김나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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