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게임은 폭넓은 응용 가능성으로 이미 교육, 건강, 광고 등 다양한 영역과 융합하고 있으며, 5세대 통신(5G) 기술과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블록체인 등 혁신적 기술과의 접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27일 발표한 성인의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폐지 환영 성명서를 통해 게임의 미래 가치를 이같이 평가했다. 그동안 국내 인터넷 산업 발전을 견인해 온 게임 산업이 앞으로도 차세대 기술을 이끄는 원동력이자, 디지털 융합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전문가들도 게임산업이 향후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첨병이라고 입을 모은다. 게임 기술이 5G, VR, AR,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과 결합해 미래 시대를 이끌어가는 다양한 축으로 확장되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형 알파고'로 불리는 바둑AI '한돌'을 선보인 NHN은 이 같은 게임 분야에서 고도화한 AI기술을 게임 외 다른 분야에도 이미 적용하고 있다. '벅스' 음악검색·추천, '페이코' 광고 데이터 분석, '운수도원' 관상·손금 분석 등이 그 예다.
5G 기반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구현에 활용되는 '디지털트윈'에도 이미 게임 기술이 녹아 들어가 있다. 디지털트윈이란 실제 현실에서 구현할 것을 가상세계에서 모의 실험해보는 가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말한다.
김혜주 KT 빅데이터 기획담당 상무는 "게임 기술은 디지털트윈 기술의 근간으로, 이미 5G와 만나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디지털트윈 기술처럼 게임에 기반한 기술들이 모든 분야에서 중요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게임 산업을 육성하면 다른 분야의 뿌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과 VR이 만나면서 여가문화도 새롭게 바뀌고 있다. VR게임방, VR 테마파크와 같은 VR 콘텐츠 체험 공간이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VR방이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을 것 같다'는 데 찬성 입장을 보인 사람은 70%를 넘어섰다.
5G 시대에 발맞춰 '보는 게임' 문화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SK텔레콤, KT, LG 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e스포츠 멀티뷰 생중계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멀티뷰 생중계 서비스란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e스포츠 중계를 여러 화면으로 시청하는 서비스다.
성은미 KT 5G 서비스담당 상무는 "원하는 화면을 골라보는 시청 문화가 e스포츠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업계 최초로 선보인 e스포츠전용 앱을 디딤돌 삼아, 5G 시대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분야에서 폭발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산업' 게임, 고용 창출에 앞장…국회·정부도 관심
게임업계는 고용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펄어비스의 임직원 수는 전년 대비 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넷마블은 26%, 넥슨은 12%, 엔씨소프트는 8%, 스마일게이트는 21%, 크래프톤은 38%, 컴투스는 10%, 카카오게임즈는 10% 임직원 수를 늘렸다.
게임산업은 '고용유발계수'도 타 산업군 대비 높다. 고용유발계수는 10억원 규모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인원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게임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3.46으로, 제조업 평균인 5.21과 비교해서는 두 배 이상, 반도체(2.99)보다는 4배 이상이 높았다.
또 게임산업은 종사자 수에 청년층 비중이 높은 '젊은 산업'이기도 하다. 문체부에 따르면 게임산업이 포함된 문화콘텐츠 산업의 29세 이하 청년 종사자 비중은 30.6%로 전 업종 평균(14.8%)의 두 배 이상을 웃돌았다.
이에 국회와 정부 등도 게임의 미래 성장성과 가치를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는 최근 소위원회 주요 의제에 게임 분야를 포함, 관련 부처 규제 개선 등을 권고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올해 초 게임 안건을 처음으로 의제에 올렸다.
◆게임 질병코드화 우려…국무조정실 협의체 구성 주목
그러나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ICD-11)을 확정하면서 게임을 '중독 물질'로 취급하는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게임산업의 성장 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가 국내 도입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이 입는 피해액은 3년간 최대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임산업 종사자 수는 2025년 2만8천949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예상된 종사자 수인 3만7천673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를 두고 김병규 한국게임산업협회 운영위원장(넷마블 상무)은 최근 4차특위 규제혁신소위원회에 참석해 "질병코드 문제를 오직 보건의료적인 관점에서만 성급하게 접근할 경우, 게임산업이 긍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곳으로의 해외 직접 투자를 고려할 수 있다"며 "국내 적용 방식 여하에 따라 수조원 손실 및 일자리 축소 등 직접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좀 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과 AI 활용 등을 통해 과다 이용자를 구별해내고, 야외 활동을 유도하는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의 해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차특위 역시 "질병코드 문제는 섣부른 규제보다는 중장기에 걸친 다양한 데이터 축적과 보건의료적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한 해법을 검토할 것"을 정부 측에 권고했다.
이에 업계의 눈은 국무조정실이 예고한 민관협의체로 쏠리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2022년 1월부터 발효되는 ICD-11의 국내 도입을 놓고 복지부와 문체부를 중심으로 한 민관 협의체를 구성, 내달 중 발족해 합의점을 찾아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최근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신규등재 권고로 인해 게임산업 위축 등이 우려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질병코드화 문제를 국무조정실의 민관협의체 등을 통해 지혜롭게 풀어나가면서 게임 산업 진흥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나리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