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나의 직업병은 포털사이트에서 무엇을 검색하든 뉴스 탭부터 누르기다. 족발집 후기를 찾다가도 뉴스 탭을 클릭하는 통에 다시 블로그며 SNS 버튼을 찾기 일쑤다.
교사 친구 A는 남자친구에게 '애처럼 다루지 말라'는 핀잔을 듣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A는 남자친구가 밥그릇을 말끔히 비우거나 주변 정리를 잘하면 꼭 보상으로 사탕이라도 쥐여주고 싶단다.
이렇게 사람은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익숙한 습관을 답습한다. 직업병이란 늘, 언제나 해왔던 일을 일상 속에서도 반복하는 일종의 관성일 테다.
손에 익은 일은 사실은 불편하더라도 편안한 듯한 착각이 든다. 날을 벼린 새 칼보다 조금 무디더라도 오래 써 쥐는 모양이며 누르는 힘이 내게 딱 맞는 주방 칼에 먼저 손이 가는 것처럼.
관성은 금융생활에서도 드러난다. 늘 현금을 쓰던 사람이 카드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일은 어렵다. 결제시장은 현금에서 카드로, 카드에서 애플리케이션이며 IoT로 진화했지만 실생활에서는 여전히 카드와 현금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결제시장의 신흥 강자를 노린 결제수단은 많았지만 진짜 지갑의 지배자는 '습관'이라는 이야기다.
제로페이의 실패도 익숙함을 공략하지 못한 데서 나왔다. 익숙함이 곧 편안함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익은 취향을 낯선 혁신으로 바꾸려면 변화를 감수할 만한 편의성이 필수다.
밴(VAN)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결제해 수수료를 낮춘다는 취지며 방식은 좋았지만 사용법이 카드보다 복잡하고 제약도 많았다. 제로페이를 써야 할 명분은 '착한 소비'뿐이었으니, 흥행 참패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금융혁신의 대표적인 사례이면서 인기몰이에도 성공한 좋은 모델이다.
은행 업무란 으레 찾아가서 해결해야만 하는 줄 알았던 소비자들이 성큼성큼 인터넷은행으로 다가왔다. 최근 출시된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은 플랫폼과 혁신의 합작품이다. 곁에 두고 써 편안한 메신저에, 곗돈 문화를 온라인으로 끌어당겼다. 편리함은 자연스럽게 손님을 끌어 모임통장 출시 100일만에 이용자가 200만 명을 넘겼다.
올해 금융가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 금융사 모두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제3인터넷전문은행과 금융규제 샌드박스, 금융8법이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이다.
애써 꾸려놓은 금융혁신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습관을 공략해야 한다. 새로움보다 용이함이 먼저다. 다행히 한발 앞서 혁신을 목표했다가 넘어지고 깨진 선배 금융서비스가 많다. 어느 때보다도 거울이 맑은 시기다.
허인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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