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과 정기주주총회 표 대결에 앞서 자신들의 제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주주결집에 나섰다.
엘리엇은 전날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보내는 엘리엇의 편지(Elliott’s Letter to Fellow Shareholders of Hyundai Mobis ENG)'라는 제목으로 주주들에게 공개서한을 전달, 주총에서 자신들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줄 것을 부탁했다.
엘리엇은 이 서신을 통해 ▲보통주 배당금 2조5천억원 ▲이사회 9인에서 11인으로 확대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투명경영위원회 설치 ▲사외이사‧감사 2인 선임 등 제안한 안건에 대한 상세내용과 제안배경을 설명했다.
엘리엇은 서한 말미에 "현대모비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이 같은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라며 "동료 주주들이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엘리엇은 앞서 지난달 현대모비스에 이번에 주주들에게 전달한 서한과 같은 내용의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최근 사업연도 말 자본금이 1천억원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0.5%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주주제안 자격이 생긴다. 엘리엇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 무리한 배당요구가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사외이사 추천에 대해서는 자사 추천 후보들이 적임자라고 판단된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주총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안건은 단연 배당 규모다.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엘리엇 제안의 4분의 1 수준인 보통주 기준 1주당 4천원의 배당을 안건으로 결의했다. 향후 양측의 조율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큰 간극을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주총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인 기아차 등 동일인 측 지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0.17%에 이른다. 엘리엇 단독으로는 2.6%에 불과해 주주제안으로 내놓은 안건을 승인 받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인과 소액주주 등 다른 주주들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차그룹도 안심할 순 없게 된다.
27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46.6%에 달한다. 단기수익을 위해 일부 소액주주와 해외 투자자들이 대규모 배당을 주장하는 엘리엇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따라서 표 대결의 향방을 현재로서는 섣불리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엘리엇은 아직 현대차 주주들에게는 자신들과 뜻을 같이 할 것을 권유하는 취지의 서한을 전달하진 않았다. 다만 조만간 현대모비스에 했던 방식과 유사한 형식으로 주주 설득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은 앞서 1월에 현대차에 보통주 기준 4조5천억원 등 모두 5조8천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요구했다. 동시에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에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 3인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현대차 이사회 역시 배당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사외이사‧감사 선임에 대해서는 후보자들의 경력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각각 반대의사를 전달했다.
엘리엇 측 관계자는 "일단 현대모비스 주주들을 대상으로 앞서 회사에 전달한 주주제안의 내용과 배경에 대해 설명했지만, 곧 현대차 주주들을 대상으로도 이 같은 서한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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