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정부가 강력한 가계부채 규제 정책을 이어오면서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둔화됐지만, 가계부채의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감안해 규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금융산업의 성장 요소가 줄어든다는 반박으로 대치 중이다. 가계대출 규제의 연혁과 금융업권별 영향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오랜 기간 가계부채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당분간 가계부채 규제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다. 가계부채의 총량은 줄었지만 여전히 GDP대비 증가율이 높은 데다 풍선효과로 질적하락이 우려되서다.
◆가계대출 규제, 효과 나왔다…잔액 늘었지만 증가속도 둔화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가계부채 증가폭은 2014년 이후 4년만에 100조원 아래로 낮아졌다. 연도별 가계부채 증가폭은 2016년 139조4천억원까지 급등했다가 가계부채 규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7년(108조3천억원)부터 서서히 안정됐다.
앞으로도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한은은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는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집중적인 가계대출 규제와 부동산 시장 안정이 맞물리면서 증가폭이 개선됐다. 금융당국은 그간 금융업권별 가계대출 총량을 조정하는 한편 LTV, DTI, DSR 등 차주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를 확대 도입해 왔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월 가계대출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월 한 달간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천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감소세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동향을 기록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2조6천억원 증가했지만 규모는 지난해 2월 1조8천억원 이후 최소치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달 가계부채점검회의에서 "현 정부 들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전방위적인 대책을 추진해왔다"며 "10%를 넘었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2017년 8%대로 꺾인 이후 2018년 3분기말 기준 6.7%로 낮아져, 하향안정화 기조가 정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천500조' 규모에 우려 여전…최종구 "증가율 5% 목표, 올해도 가계부채 집중 조정할 것"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규제의 근거가 여전히 명확하다는 입장이다. 가계부채 규제 압박이 계속되면서 풍선효과와 금융사 순익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진 바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 규모 자체가 워낙 크다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천534조6천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기록한 국내 전체 가구 수는 지난해 1.2% 늘었는데 가계부채는 5.8% 증가했다. 가구 수보다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정부의 목표치를 상회했다.
'빚내서 집사는' 풍조에 2015~2016년 불어난 가계부채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가구당 부채는 2015년(6천328만원) 6천만원을 넘긴 뒤 2016년(6천962만원)에는 1천만원을 더했다.
한은과 금융위 등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증가세는 한풀 꺾였지만 절대규모와 시장금리 상승, 전세·개인사업자 대출 등에서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평가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건전 부채규모도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최종구 위원장은 "가계부채가 당장 시장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지만 시장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급격히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대출 규제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최종구 위원장은 2021년 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GDP성장률 수준인 5%대로 맞춘다는 목표다. 현장점검과 은행권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제도 도입, 예대율 규제 개선 등이 재료다.
허인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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