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이자이익이 30조원을 돌파하면서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10조원을 넘겼다. 비은행수익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순익을 끌어올렸다.
KB금융을 제외한 세 곳이 각자 최고 순이익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이자이익과 배당금을 바라보는 눈총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가계대출 규제와 인터넷은행 등 금융환경 변화로 내년도 이자이익은 감소할 전망으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4대 금융지주사 당기순익 첫 10조원 돌파…이자이익·비은행 견인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조4천850억원을 넘겼다. 4대 금융그룹 출범 이후 연간실적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KB금융 외 3대 금융그룹은 모두 자사의 최대 당기순이익을 경신했다. 신한금융이 3조1천억원을 넘기며 7년 만의 3조 클럽과 1년 만의 리딩금융 자리를 동시에 수성했다. KB금융도 최고 실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3조원을 넘기면서 2년 연속 3조원대 순익 달성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이 2조192억원을, 하나금융이 2조2천400억원을 각각 돌파했다. 농협금융도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2천억원을 기록해 지주 출범 이후 가장 높았다.
이자이익이 4대 금융그룹의 순익 지표를 견인했다. 4대 그룹의 전체 이자이익은 28조7천734억원으로 전년보다 9.0%(2조3천722억원) 성장했다. 신한금융이 7천371억원 늘어 가장 많이 벌었고, KB금융이 6천585억원 확대돼 뒤를 이었다.
금융사들이 은행으로 쏠렸던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서 비은행수익도 개선됐다.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높지만 전반적인 비은행순익도 개선됐다는 평이다. 신한금융의 금융 투자사 순익과 캐피탈 순익이 각각 18.6%, 18% 오르며 알짜 계열사가 됐다. 하나금융도 캐피탈과 생명의 실적이 33.2%, 41.8% 뛰어올랐다.
특히 글로벌 부문의 이익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신한은행의 글로벌 부문 이익이 3천215억원으로 전년대비 36.8% 올랐고, 하나은행의 같은 기간 글로벌 부문 이익도 2천855억원으로 20% 가깝게 올랐다.
◆'돈놀이 실적' 오명에…희비 엇갈리는 금융권
이자이익은 올랐지만 4대 시중은행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우선 ‘땅 짚고 헤엄친’ 영업이익이라는 시선과 그에 따른 부담감이 적지 않다.
지난해에는 부동산대출이 늘면서 예대마진이 확대됐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잔액 기준 지난해 총대출 금리는 3.71%, 총수신 금리는 1.4%로, 예대금리 차이는 2.31%포인트(p)를 기록했다. 2013년 2.53%p 이후 가장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호실적에도 전망은 밝지 못하다.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향후 이자이익이 불투명하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등 정부발 가계대출 규제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금융사의 가계대출이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15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월 가계대출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월 한 달간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2천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감소세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동향을 기록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대출금리 산정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계산법을 오는 7월 바꾸면서 은행 이자수익 하락이 추가로 예상된다.
카드와 보험 등 계열사 규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금융그룹에는 악재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카드수수료 인하 악재가 여전히 살아있다. 보험업계는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과 암보험금 문제,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부담이다.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인 IFRS17도 부담으로 남는다.
허인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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