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 "살려고 왔다. 채무 탕감도 필요하지 않으니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
중년의 자영업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민병두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앞에 마주앉아 '살려고 왔다'고 토로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서민금융상품의 양적 확대에 치중해 취약계층의 사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배려가 부족했다"고 자평한 직후다.
8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은행 등 25개 금융사·기관과 합동으로 '2018 서민금융 박람회'를 개최했다.
9개 시중은행(우리, 농협, 신한, SC, KEB하나, 기업, 국민, 씨티, 수협)과 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등이 부스를 마련해 서민금융상담을 진행했다. 윤 원장과 민 의원, 이 행장도 일일상담사로 나섰다.
◆"모두 거절당했다" 자영업자 한탄에 머쓱해진 윤석헌·민병두
이날 상담부스를 찾은 자영업자 A씨는 제도권 밖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과거 보증을 섰다가 채무를 떠안은 경험과 생계형 대출금을 연체한 기록이 남아 제도권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는 "장사가 되지 않아도 인건비며 재료비, 가게 임대료를 내야 해 현재 일수를 쓰고 있다"며 "차라리 돈을 빌려주는 일수가 고마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어머니와 함께 장사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에게 월급을 드리기는커녕 어머니의 국민연금을 헐어서 사용하고 있다"며 "채무 탕감도 필요 없고 다만 대출이 가능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이야기다. 장사가 풀리지 않는 자영업자는 당장 현금이 필요한 순간에 금융사의 조건을 채우지 못해 일수 등 사금융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윤 원장과 민 의원, 이 행장이 차례로 대안을 제시했지만 A씨는 "거절당했다"는 말로 제안을 머쓱하게 했다.
A씨가 "사금융을 이용하는 채무자의 끝이 어떻다는 것은 뻔히 알지 않느냐"고 하자 민 의원이 '미소금융'을, 윤석헌 원장이 '사회안전망 대출'을 이야기했다. A씨는 "안 된다. 거절당했다. 관련 제도를 몰라서 여기에 온 게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결국 뾰족한 답을 얻지 못한 A씨는 서민금융진흥원 등 여러 상담 창구를 전전해야 했다.
이밖에 5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해 카드론 대출을 받은 공무원 준비생도 상담창구를 찾았다. 20대 B씨는 "500만원의 생활비를 카드론으로 대출 받았고 300만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소득 3천500만원 이하의 청년을 위한 정책 금융 상품으로 햇살론이 있다"고 답했다.
◆윤석헌 "서민금융상품, 양적확대에 집중해 배려 부족했다"
윤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1천500조원에 육박하고 있어 가계소득이 정체되는 가운데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경제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상품에 중점을 둬 왔지만 양적 확대에 치중해 취약계층의 사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배려가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포용적 금융의 우선과제로 금융안전망 구축을 언급했다. 그는 "서민층의 자금애로 해소와 서민금융 상담기능 강화, 불법사금융 피해 방지, 사회적 금융 활성화 등 네 가지 방안으로 포용적 금융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민금융의 상담기능으로 고금리, 과다채무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원장은 "은행권에 사이버 서민금융 상담창구를 도입하고, 금융 소외 지역에는 서민금융 거점점포와 전담창구를 확대하는 한편 서민들이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 등과 연계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중금리 서민금융 상품도 확충할 방침이다. 윤 원장은 "새희망홀씨 대출 등 정책 서민금융 상품이 자금 사정이 어려운 분들에게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채무조정 제도를 보강해 연체자들이 정상적인 금융생활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불법사금융 피해 예방과 사회적 금융활성화도 약속했다. 그는 "서민층의 급박한 사정을 악용한 불법 사금융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불법 사금융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법당국·행정기관 등과 긴밀한 공조체계를 유지하겠다"며 "또 서민들이 금융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금융의 포용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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