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국회 운영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끝났다. 정치권의 관심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통상 국정감사 이후 11월 국회를 예산안 심사가 집중되는 '예산 국회'로 부른다. 각 상임위가 소관 부처의 내년 예산을 심사,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의 의결로 내년 정부 예산이 결정된다.
내년도 예산은 2000년대 들어 사상 최대 폭으로 증가한 470조원 규모 '슈퍼 예산'으로 불린다. 특히 보수 야당이 현 정부의 경기 및 고용부진 책임을 앞세워 일자리 예산에 대한 대대적 '칼질'을 예고하고 있어 여야의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가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지난 9월 초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470조5천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41조7천억원(9.8%) 증가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2009년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최대 증가폭으로 경기부양과 일자리 확보를 위한 '확장재정'이 불가피하다는 여당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경기부양 차원에서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는 등 재정역할이 강조됐다. 그러나 전반적인 재정 운영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출보다 건전성 유지로 방점을 둔 측면이 크다. 그 결과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의 경우 38.2%로 OECD 평균 110%의 절반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기재부는 국내 재정상황의 경우 지표상으로 매우 건전하다는 입장인 가운데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도 전년보다 19조3천억원 증가한 157조2천억원. 내년 정부 총수입 481조3천억원으로, 재정 확대의 여력은 이미 충분하다는 인식이다.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가장 큰 증액 분야는 우선 복지 부문으로 전년보다 17조6천억원 증가한 162조원이다. 전체 예산의 3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문재인 케어' 도입을 포함한 기초생활보장이 확대된 가운데 기초연금 증액, 아동수당 도입 등으로 복지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 운용에서 가장 방점을 두는 분야는 일자리다. 내년도 23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2천억원(22%) 늘어 전체 예산 항목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장애인,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와 함께 보육교사·간호간병·아동안전지킴이 등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9만4천여개, 경찰·집배원 등 대민 분야 공무원 2만여명 채용 등이 주 내용이다.
야당의 공세가 가장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도 바로 일자리 예산이다. 올해 하반기 들어 7~9월 고용지표가 전년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조선 등 국내 주력사업인 제조업 부진과 구조조정 결과로 나타난 실업과 함께 지역상권의 침체 영향이 크지만 서비스, 도소매업 분야의 고용도 악화됐다. 올해 1월부터 적용된 두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반영된 분야로 보수 야당과 언론의 공격이 집중된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보수 야당과 언론의 줄기찬 '소득주도 성장'의 폐기 요구가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도 여전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J노믹스' 핵심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의 주요 대상이 취약계층 일자리, 공공 서비스 고용 확대라는 측면에서 올해 19조2천억원가량의 예산이 책정됐다. 정작 고용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정부담만 늘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당의 경우 아예 내년도 예산안을 '장하성 예산'이라고 이름 붙였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소득주도 성장 추진의 핵심 인사라는 점을 빗댄 표현이다. 소득주도 성장 관련 일자리 예산을 집중 심사, 삭감한다는 방침인 셈이다.
국회 예결위 소속 한국당 관계자는 "지난 24일 기재부의 혁신성장, 일자리 대책에서도 5만9천개의 단기 알바식 일자리를 고용대책이라고 내놓지 않았느냐"며 "지금처럼 고용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적자만 늘리는 '뗌질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까지다. 예결위 심사가 무산될 경우 본회의 자동 상정, 의결이 이뤄진다. 9·13 부동산 대책과 관련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에 대한 보수 야당의 집중 반발도 예상된다. 종부세를 포함한 세제개편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예산부수법안으로 묶여 예산안과 함께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오는 1일 문 대통령이 예산안 기본 취지를 담아 국회에 협치를 주문하는 시정연설이 예정돼 있다. 같은 날 예결위 차원의 내년 예산안 관련 공청회가 열린다. 5일부터 경제, 비경제 분야로 나눠 각 부처 대상의 현안질의도 이어진다. 예산 정국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예산안의 순조로운 처리를 위해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예산안, 입법 국회에서도 민생을 위해 여야가 건설적인 협력과 경쟁을 해야 한다"고 예산안 심사의 정쟁화를 경계했다.
조석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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