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글로벌 IT 기업 간 클라우드 전쟁이 국내 시장에서도 치열해지고 있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국내에 데이터센터까지 마련하면서 본격적인 싸움을 예고한 상황. 이는 최근 규제 개선 등 시장 상황과도 맞물린 변화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가트너는 올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구글과 오라클이 국내에 나란히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 데이터센터를 임차하는 형태다.
구글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에 대해 '노코멘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업계는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구글 파트너사 관계자는 "구글의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은 이미 확정됐고, 시기만 내년 하반기로 미뤄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구글은 지난 25일 서울에서 '구글 클라우드 서밋'을 열면서 공세를 본격화했다. 구글이 이 행사를 한국에서 연 건 이번이 처음.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에는 2천여 명의 업계 관계자가 몰렸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업계에서 기대한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 발표는 없었다.
후발주자인 오라클도 최근 내년 5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오라클은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DB)' 기술을 앞세워 클라우드 시장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자사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오라클 오픈월드' 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깎아 내리기 바쁘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AWS를 정조준 하고 있다.
AWS를 가장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내달 한국을 방문한다. 인공지능(AI) 콘퍼런스 '퓨처나우' 기조연설자로 나서 MS의 AI 사업 방향성을 직접 알릴 계획이다.
앞서 지난 24일(미국 현지시간) 발표된 MS 3분기 실적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매출은 76%나 상승했다.
AWS도 호락호락 물러날 리 없다. AWS의 3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46% 늘었다. 영업이익은 아마존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아마존은 AWS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도 계속 사업을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WS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압도적 1위지만 성장 속도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 시장만 놓고 본다면 점유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은 글로벌 각축장-공공은 국내 기업 양강 구도
최근 규제 완화로 금융·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이 같은 글로벌 기업 움직임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은 전산사고 발생시 법적 분쟁 등을 고려해 개인신용정보 처리는 국내 소재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한해 우선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AWS, MS 등은 이미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갖춘 상태여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연말께 '금융권 클라우드 서비스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이 끝나면 확정된다.
국내 기업 중 이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만한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 KT와 네이버의 클라우드 자회사인 NBP 정도가 직접 경쟁하고 있지만 격차는 벌어져 있다. 삼성SDS, LG CNS 등 IT서비스 기업은 AWS, MS, 구글의 파트너를 자처하며 클라우드 시장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공 부문은 '클라우드 보안인증'으로 사실상 글로벌 기업 진입이 막혀 있는 상태. 따라서 KT와 NBP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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