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출시된 헬스케어 보험이 유의미한 판매고를 올렸지만, 흥행의 공을 헬스케어로 돌리기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인다. 헬스케어 상품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유병력자·CI보험이라는 영향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는 헬스케어를 둘러싼 의료법 논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수박 겉핥기 식 산업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건강증진형(헬스케어) 보험상품이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두 달간 약 6만건의 판매고를 올렸다. 월납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 37억5천만원 규모다.
암·CI종신·당뇨보험에 운동 등 건강관리 기능이 더해진 상품 4건이 대상이다.
대부분 걷기, 달리기 등 운동량을 측정하고 있으며 식사나 혈당체크, 체력인증 등급이 추가된 상품도 출시됐다고 금융위는 전했다. 운영방식은 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되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 기기와도 연동됐다.
하주식 금융위 보험과장은 "기존의 상품은 걷기․건강검진 등 달성시 보험료의 1%내외로 연간 총 3만원 이내에서 보험료 할인을 제공했지만 가이드라인 이후 출시된 상품 중에는 보험료를 10% 할인하거나 최대 50만원까지 환급하는 등 소비자 혜택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유병력자·CI보험으로서 6만건의 판매고는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헬스케어 서비스의 덕만 봤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유병력자·CI보험으로서의 정체성이 훨씬 부각됐으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해 헬스케어 상품을 출시한 A사 관계자는 "'헬스케어 상품이라 많이 팔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유병력자·CI 보험이라는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업계는 의료계와의 협의가 전혀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건강관리형 상품의 판매 동향은 큰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헬스케어 보험에서 사용 가능한 의료 기록의 범주와 연계 상품의 폭 등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벌여왔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보험사가 의료법인과 제휴를 맺어야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허용하는 분야도 교육이나 연구, 장례식장 운영 등 기초적인 7가지 사업뿐이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2월부터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건강증진보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논쟁을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가이드라인이 건강관리 보험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의료법과 헬스케어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어달라는 요구에 만족스러운 답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바이탈사인 등 단순한 자료를 통계화해 효율적인 상품을 개발하거나 보험료를 돌려주는 등 보험영역의 혜택을 넓히겠다는 의미일 뿐 의료인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게 아니"라며 "자료 활용조차 넓은 의미의 의학적 판단이라고 한다면 시행할 수 있는 헬스케어 사업이 남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약 보험사가 헬스케어에 필요한 의학적 자료를 사용할 수 없다고 명확히 판단한다면 쓰지 않으면 된다"며 "현재로서는 어떤 서비스를 얼마나 추진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구분점이 없어 소극적인 상품 개발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꾸준한 요구에도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복지부와 금융당국,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기관의 구체적인 협의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복지부가 민관합동 법령해석팀을 꾸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여태까지 단 한 건의 유권해석이나 사례분석도 내놓은 바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재부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협회 등 현장이 재추진을 요구했다"며 "복지부 등 관계부처에서 법령해석팀을 만들어 헬스케어에 대한 판단을 해주겠다고 공표를 해 둔 채 여태까지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우리나라의 헬스케어 산업이 멈춰 선 동안 해외의 헬스케어 시장이 황금기를 맞자 금융당국도 유의미한 통계를 내야 한다는 부담에 사로잡힌 것 같다"며 "헬스케어가 4차 산업시대의 핵심 동력장치인 양 지목해놓고는 무딘 톱니바퀴는 보수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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